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유무를 다투는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됐다.

조현오(58) 전 경찰청장이 2010년 강연에서 노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가 드러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말해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건과 관련된 검찰 측 증인이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 측은 문 전 후보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이 판사는 이를 채택했다.

검찰은 "문 전 후보에 대한 이 사건 관련 수사기록을 증거로 제시하려 했으나 피고인 측이 동의하지 않아 직접 증인신문을 하려는 것"이라고 증인 채택 이유를 설명했다.

이 판사는 "대선 일정과 맞물려 일정 조정이 어려웠다"며 "다음 재판에서 곧바로 증인신문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조 전 청장이 지목한 청와대 행정관 2명 명의의 시중은행 계좌 4개가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할 방침이다.

다만, 문 전 후보는 불출석 신고서를 제출하고 소환에 응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문 전 후보의 출석 의향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피고인 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청와대 행정관 박모씨와 윤모씨도 출석하지 않았다.

조 전 청장은 이날 공판에서 변호인을 추가 선임해 '허위 사실을 인식하고 고의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부인하는 데 주력했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3월 강연에서 말한 내용은 불과 며칠 전 들은 얘기를 거의 그대로 전한 것"이라며 "믿을 만한 사람에게 '차명계좌 때문에 자살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믿을 만한 사람'이 누군지 말해보라는 이 판사의 질문에는 전과 같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해당 계좌는 입출금 내역으로 미뤄 차명계좌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6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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