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서 `비토론' 다수 제기.."어디서 그런X 데려왔나"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놓고 새누리당내 '부적격론'은 물론 '자진사퇴론'까지 거론되는 등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는 21∼22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친 데 이어 인사청문특위 차원의 심사경과보고서 채택,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에 대한 무기명 비밀투표를 남겨놓고 있다.

하지만 집권여당이자 원내 과반 정당인 새누리당내에서도 23일 이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판단하는 여론이 부상함에 따라 향후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국회 절차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김성태 의원을 비롯해 법조 출신 재선 의원인 박민식 의원, 초선인 김태흠 의원 등은 이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김성태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청문특위 위원 중 한 사람으로서 적격에 동의할 수 없다"며 "친일 후손의 재산문제까지 걱정하는 재판관을 국민 기본권 최후의 보루인 헌재소장으로 한다는데 동의할 수 없고 특정업무경비 의혹도 깨끗하게 해소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민식 의원은 "결격 사유의 유무를 뛰어넘어 통합의 리더십, 사회 갈등 치유 능력 등 헌재소장으로서의 위신이 있어야 하는데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이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태흠 의원은 "헌재소장은 도덕성 측면에서 장관보다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야 하는데 이 후보자를 놓고 지저분한 의혹이 수십 건 나오지 않았느냐"며 "또한 여러 의혹이 헌재 내부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내부 신망이 부족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김 의원은 "이 후보자를 자진 사퇴하도록 하든가 심사경과보고서를 `부적격'으로 올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총에서 일부 의원은 `이동흡 부적격' 의사를 표시한 의원들에게 "잘했다"는 말을 건네기도 했고, 한 재선 의원은 의총 이후 "어디서 그런 X를 데려왔느냐"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황우여 대표가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이 후보자의 `특정업무경비 유용' 논란에 대해 "콩나물 사는데 쓰면 안되지"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져 이 후보자에 대한 당내 `비토론'은 확산될 전망이다.

현재 새누리당의 의석수는 154석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 표결 시 일부만 반대표를 던져도 이 후보자는 국회 관문을 통과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인사청문특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과 특위 위원인 김진태 의원 등은 이날 의총에서 `결정적 하자는 없다'며 이 후보자에 대한 적격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성동 의원은 인사청문회 결과 보고에서 "두세 가지 비난의 소지가 있지만 공직자로 취임하기에 결정적 하자는 없어 보인다"며 "특정업무경비 문제는 이 후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제도의 문제로, 제도개선 차원에서 풀어가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다만 권 의원은 당내 반발을 의식한듯 인사청문특위 차원에서 적격ㆍ부적격 의견을 모두 담은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자율 투표'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이같이 이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의견이 표출되자 원내지도부는 이 후보자에 대한 최종 결론을 유보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아직 당론을 정할 단계가 아니다"며 "반대의견도 내야지 찬성의견만 내느냐. 오늘 다양한 의견을 들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이명박 대통령의 협의를 거쳐 지명된 `박근혜 정부 첫 인사'라는 점에서 낙마에 따른 정치적 파장이 적지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내지도부는 이 후보자 임명동의를 위한 즉각적인 수순밟기에 나서기 보다 여야 협상을 병행하며 여론 숙성 기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헌법재판소장 공백상태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있다.

새누리당이 지난 2006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검증 당시 지명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아 본회의를 4차례 무산시키는 등 103일간 극한 반대를 해왔다는 점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야당과 내부 `비토론'을 외면한 채 임명동의를 강행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당내에서는 `이동흡 임명동의' 강행 시 현 정부의 `고소영ㆍ강부자 인사'의 전철을 밟으며 역풍에 직면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이 후보자의 낙마가 새 정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의총에서 한 의원은 "박근혜 당선인의 첫 인사"라는 점을 거론하며 임명동의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다른 의원은 "이 후보자 문제를 `처음부터 우리가 밀리면 안된다'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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