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기 원 신성대 교수

 얼마 전 휴학 중인 제자 A가 재휴학을 하겠다고 찾아왔다.

A는 가정형편 때문에 1학년을 마치고 입대했다가 제대를 한 후 복학하여 2학년 1학기를 열심히 다녔는데 여름방학이후 소식이 끊어져 갑자기 휴학을 했던 학생이었다.

얼굴표정은 밝아보였는데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음료수 캔을 줬더니 어색한 몸짓으로 받기만 하고 따서 마시지를 않았다. 마시라고 했더니 왼 손을 못 쓰게 됐다고 하였다.

A는 군대 갔다 와서 학교를 다니던 중 여름에 여자친구가 임신을 했다고 해서 정신없이 먹고 살 대책을 마련하다보니 학교 다닐 생각은 할 수도 없었고 그래서 연락도 못드렸다며 죄송하다고 하였다. 낙태할 생각을 하지 않고 한 생명체를 낳아서 키우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 용기있는 결정을 하였다고 했더니 A는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작년에 아들을 낳았다고 하였다.

이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다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잠시 방심해서 기계에 장갑이 끌려들어가 결국 왼손 일부를 절단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수술을 하고 현재 재활치료를 받고 있지만 왼손은 거의 쓸 수 없다고 하였다. 너무 안타까웠다.

이제 겨우 20대 중반의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지체장애인이 된 것이다. 하늘도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시절의 사랑을 불장난이었다고 치부하고 낙태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사랑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A에게 격려와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이런 엄청난 시련을 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그나마 오른쪽을 안 다친 것이 다행이라며 어색한 표정을 짓는 필자를 A는 오히려 위로하며 재휴학을 하고 돌아갔다.

현재 우리나라의 등록장애인들이 장애를 입게 된 원인을 보면 선천적인 경우와 원인불명이 각각 5% 남짓이고 90% 가량은 후천적이다.

후천적인 원인 중 질환과 사고가 6대 4의 비율이다.

또한, 장애의 종류 중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는 50% 정도가 원인불명에 의해서 장애가 나타났고, 언어장애, 지적장애, 자폐성장애의 경우 20-30% 남짓 선천적인 원인에 의해서 장애를 입었지 나머지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정신장애, 신장장애, 심장장애, 호흡기장애, 간장애, 안면장애, 장루·요루장애, 간질장애는 모두 후천적인 원인에 의해서 발생된다고 할 수 있다.

A의 예에서 본 것처럼 우리는 모두 장애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동안 학생들 중에 장애인이 있었지만 전부 장애가 있던 상태에서 입학을 했었지 A처럼 재학 중 장애를 입은 경우는 처음이었다.

이런 점에서 장애인복지에 대한 정책적 관심은 보편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복지정책을 보면 장애인부문에 대해서는 유독 인색하다.

선진제국의 경우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장애인정책과 재활정책을 마련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장애란 특정한 대상만 당하는 것이고 운이 없는 사람만 장애인이 되지 대부분은 장애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정책을 마련하는 것 같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봤을 때 비장애인이 장애인이 될 확률은 대단히 높다.

장애인이 되는 것이 누구나 나이가 들면 노인이 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면서 장애인이 될 가능성은 많아진다.

즉,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정신적 능력이 떨어져서 신체 여기저기가 아프고 기능이 떨어진다든지, 눈과 귀가 어두워지고 기억력이 희미해져서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잘 안될 경우 장애인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노화현상이 심화되면 그것이 장애로 판명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어르신들은 본인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부정한다.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장애인이 된다는 것을 부끄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인이란 따로 태어나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우리가 그들을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불쌍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이고 여차하면 나도 그들 속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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