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신 준 청양군 목면 부면장

2차대전 후 영국과 프랑스는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를 공동 개발하겠고 발표했다. 콩코드 프로젝트는 7시간 걸리던 뉴욕과 파리의 비행거리를 3시간 45분으로 단축하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유럽은 계획을 통해 당시 우주기술을 주도하던 미국과 소련에 자존심을 세우려 했다.

프로젝트는 1962에어 프랑스브리티시 에어웨이가 참여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되었다. 1969년 시험 비행을 거친 뒤 1년 후에는 속도를 마하2까지 끌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마하는 음속이다. 마하2는 이론상 1초에 720m를 날아가는 초음속 2배의 엄청난 속도다.

처음에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 되는 듯 보였다. 중간에 문제가 생겼다. 과도한 개발비와 20% 비싼 연료, 적은 좌석수로 인한 비싼 표 값이 걸림돌로 등장한 것이다. 게다가 때마침 찾아 온 오일파동으로 고객들은 속도를 포기하고 경제성을 선택했다. 운행할수록 손해를 보는 콩코드 프로젝트는 명백한 실패였다.

사실 개발 초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콩코드 계획의 많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계획은 국가적 자존심이 걸려 있었고 무엇보다 그동안 쏟아 부은 막대한 돈과 시간이 아까워 중도에 포기하지 못했다. 막대한 투자비용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돌아서기에는 너무 멀리까지 왔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계획을 밀어 붙였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콩코드는 2003년 출항 27년 만에 급기야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때늦은 결정이었다. 유럽의 자존심을 한껏 세워보려 했던 콩코드 프로젝트는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적자액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콩코드 오류 (Concorde fallacy)’라는 불명예스런 경제용어만 남긴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콩코드의 오류는 매몰비용의 오류라고도 한다. 매몰비용의 오류는 콩코드의 오류 예에서 보는 것처럼 이미 지불한 비용이 아까워서 다른 합리적인 선택에 제약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본전 생각이 간절할수록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흡사 도박에서 돈을 잃으면 본전을 찾을 때까지 버티다 결국 남은 돈마저 모두 다 잃는 행위와 같다. 지금까지 투자한 것이 얼마인데 하면서 절대로 생각을 바꾸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에 손해에만 급급하는 소탐대실의 전형이다. 불행한 미래가 뻔히 보이는데도 합리적인 결정은 뒷전이고 매몰비용에 질질 끌려 다니는 것이다. 정부에서 사업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도 이미 투입한 예산 때문에 중도에 그만 두지 못하고 끝까지 밀어 붙이는 행위도 같은 매몰비용 오류의 전형적인 사례다.

매몰비용이란 물귀신 같은 것이다.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어떻게든 만회하려 하다보면 매몰비용의 마수에 걸려든다. 급기야 헤어나지 못할 깊은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된다. 어떤 시점의 의사결정을 할 때는 현재와 미래가 중요한 것이다. 이미 과거에 쏟아 부은 매몰비용에 마음을 빼앗기면 빼앗길수록 더 불행해 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지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발생한 매몰비용에 대한 인식자체를 못하는 경우다. 매몰비용이라는 개념자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 매몰비용에 대해서는 인식했지만 자신의 선택이 실수라는 것을 부정한다. 셋째, 이미 투자한 비용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경제심리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어떤 행동을 적자로 마감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강하다고 한다. 적절한 선에서 손실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00년에 시작된 고추·구기자축제가 올해로 14회를 맞고 있지만 문제점도 많이 지적되고 있다. 신활력 사업으로 지역특산물 고추를 특화하여 명품 반열에 올려놓은 그동안의 성과는 인정해야겠지만, 이와 별개로 축제의 성과를 냉철히 돌아보고 앞으로의 진로를 살피는 일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특산물의 생산·유통여건은 항시 빠르게 변한다. 여건변화에 따른 계획 재점검은 중요한 일이다. 점검결과 비젼이 불확실하다면 합리적인 결정에 따라 방향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선택도 필요하다. 지난 과거에만 묶인다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매몰비용의 오류를 시금석으로 다양한 축제 발전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른 때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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