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 계열사 자금 497억 횡령 유죄…비자금 조성은 무죄 - 최 회장 "이 일을 하지 않았다" 범행 부인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태원(53) SK 회장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최 회장은 지난 2003년 2월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구속된지 딱 10년 만에 다시 수감됐다. 징역 4년은 작년 11월 검찰 구형과 같은 형량이다.

동생인 최재원(50) SK 수석부회장에는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원범 부장판사)는 31일 최 회장에 대해 주요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곧바로 법정구속을 집행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에 대한 공소사실 중 계열사 자금 497억원을 횡령한 혐의는 유죄로, 비자금 139억5천만원을 조성해 개인적으로 편취한 혐의는 무죄로 각각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신이 지배하는 계열사를 범행의 수단으로 삼아 기업을 사유화한 최태원 회장은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1970년대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선도해온 SK그룹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저버려 참으로 심대한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판시했다.

또 "최 회장은 재판 중에도 책임의 무거움에 대해 진실하게 성찰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재판부는 관용에 앞서 엄정한 대처의 당위성을 직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양형기준을 바탕으로 최 회장에 대한 금고형의 범위를 징역 4~7년으로 봤다고 밝혔다. 대법원 양형기준은 300억원 이상의 횡령·배임죄에 관해 징역 4년을 최하한형으로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에 관해 "최 회장이 최고경영자로서 SK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력, 계열사가 받을 충격, 국민 경제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여 신중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하지만 사업 영역의 무리한 확장과 과도한 이윤 추구라는 대기업의 폐해가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없듯이 (판결의 여파를 고려해) 낮은 양형을 정하는 것에도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법정구속이 집행되기에 앞서 재판부가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제가 무엇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단지 이것 하나입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08년 10월 말 SK텔레콤, SK C&C 등 2개 계열사에서 선지급 명목으로 497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지난해 1월 불구속 기소됐다.

계열사 임원들에게 매년 성과급(IB)를 과다 지급해 돌려받는 방식으로 2005~2010년 비자금 139억5000만원을 조성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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