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17명 중 5명은 비리, 2명은 정부갈등으로 기소 -"인사시스템·조직문화 혁신도 필수"

 일부 민선교육감들의 비리가 파문을 일으키면서 현행 직선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육계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3면

 비리 혐의로 현재 수사를 받거나 받았던 교육감은 전국 시도교육감 17명 중 5명에 이른다.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다 직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진보성향 교육감 2명을 포함하면 17명 중 7명이 수사대상에 올랐거나 형사재판 중이다.

 교육계에서는 인사 전횡과 같은 교육감의 고질적 병폐를 없애기 위해 교육계 인사시스템이나 조직 문화에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인사전횡 '무소불위 권력'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이 인사청탁 비리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충격을 줬지만, 교육감들의 비리 의혹은 이후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비리 혐의와 관련해 경찰 또는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교육감이 모두 3명, 재판이 진행 중인 교육감은 1명이다.

김종성 충남교육감은 교육전문직 선발 비리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은 후 19일 자택에서 극약을 마셨다.

경찰이 전날 김 교육감이 '대포폰'까지 사용하며 비리에 연루한 정황을 포착하고 문제 유출 과정에 관여했는지를 강도 높게 소환조사한 직후였다.

충남교육청에서는 교육청 장학사들이 지난해 시행된 장학사 선발시험에서 조직적으로 시험문제를 응시 교사들에게 돈을 받고 유출한 사실이 적발돼 관련 장학사와 교사가 구속된 상태다.

인천과 경남 교육감은 감사원 감사에서 인사 전횡을 휘두른 정황이 드러나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경우다.

나근형 인천교육감은 측근 등을 지방공무원 4급 승진 대상자로 내정하고 그에 맞춰 근무평정을 매기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영진 경남교육감은 측근 등을 승진시키기 위해 허위로 근무평정을 작성하고, 이미 확정된 근무평정을 바꾸기까지 했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장만채 전남교육감은 대학 총장으로 재직할 당시의 비리를 교과부가 확인해 검찰에 수사의뢰,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임혜경 부산시교육감은 사립 유치원 원장들로부터 고가의 옷을 받은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았으나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교과부와 갈등으로 재판회부

비리 혐의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교육과학기술부와의 정책 갈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교육감도 있다.

전북·경기 등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교과부 장관의 징계 지시를 거부하며 직무유기로 기소되기도 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2010년 7월 취임한 뒤 시국선언 교사 3명에 대한 징계를 1년 7개월간 미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구형했으나 김 교육감은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상곤 경기교육감 역시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 유보와 관련해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상곤 교육감은 이와 별도로 조례에 근거 없이 장학금을 지급했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교과부가 검찰에 수사의뢰해 기소되기도 했다.

전북과 경기교육감을 포함하면 현직 교육감 17명 가운데 수사 대상에 올랐거나 형사재판 중인 교육감은 모두 7명이다.

●직선제 보완론 제기

교육감이 연루된 비리 사건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새정부들어 교육감 직선제 보완·폐지론의 불씨가 되살아날지도 관심을 끈다.

지난해에도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사후매수죄로 형이 확정돼 교육감직을 잃고 서울교육감 재선거를 치르면서 직선제 보완·폐지론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정국에 휩쓸려 논의가 큰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다.

 교육감 직선제는 과도한 선거비용, 유권자가 후보자를 모르는 '깜깜이 선거' 문제, 논공행상식 인사전횡 문제 등이 한계로 지적돼왔다.

 2010년 선거 당시 교육감 선거비용은 서울 38억5700만원(이하 중앙선관위. 1인당 제한액 기준), 충남 14억5400만원, 충북 13억1300만원, 대전 7억1700만원 경기 40억7300만원 등이었다.

 교육감 선거에 이렇게 많은 돈이 들면 부정 선거의 빌미를 제공하고 당선 이후 교육감이 특정 진영의 논리에 휘둘리거나 논공행상식 인사전횡을 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곽노현 전 교육감이 단일화에 참여한 상대후보에게 돈을 전달한 것도 결국은 과도한 선거비 부담에서 비롯됐다.

비리 연루로 교육감의 권위가 실추된 데다 소송 전으로 교육현장에서는 큰 혼란이 생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시도에서는 교육감이 자치단체장과 갈등을 겪기도 해 혼란이 더 컸다.

곽 전 교육감이 구속됐을 당시 정부와 여권에서 주로 검토된 방안은 교육감 후보와 지자체장 후보가 공동으로 후보 등록을 하고 선거운동도 함께하는 공동등록제다.

유권자가 후보자를 선택할 때 큰 참고사항이 되고 선거운동 비용을 주는 데다 교육과 일반행정의 협력을 촉진한다는 논리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선거 과정에서 은인이나 도움 준 분들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교육감 자리에 오면 보은인사나 특혜인사가 생길 수 밖에 없다"라며 "더 늦기 전에 교육감직선제를 혁신해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특정 교육감 개인의 사례를 확대해 주민자치의 원칙을 포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반론도 거세다.

하병수 전교조대변인은 "교육감 직선제 이전에도 인사비리가 끊이지 않았다"라며 "대통령 비리 문제가 대통령을 직접 뽑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듯이 교육감 비리 원인도 직선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감 교장으로 이어지는 가장 빠른 승진 통로가 돼버린 장학사의 역할이나 선발방식 등 교육청 내 인사시스템에 변화가 있어야 비리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정래수 오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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