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비트에 록·펑키 섞은 ‘코스믹 걸’ 타이틀

‘가족애 모티브’ 다양한 사랑이야기 가사에 녹여내

박진영처럼 음악성 트렌디 가미된 기획사 갖고파

 

그룹 god 출신 솔로 가수 김태우(32)의 새 미니앨범 ‘티-러브’(T-LOVE)의 재킷은 빨간색 하트 모양이다.

가사가 담긴 속지를 펼치자 재킷은 네 잎 클로버 모양이 됐다.

“사랑을 하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의미죠. 하하.”

최근 을지로에서 인터뷰한 김태우는 190㎝가 넘는 키와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사랑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는 배시시 웃었다.

1999년 god로 데뷔해 올해로 15년 차 가수가 새삼스레 사랑 이야기로 가득한 앨범을 낸 건 개인사의 변화가 컸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1년 12월 결혼해 예쁜 딸을 얻었고 올해 둘째가 태어난다.

그는 “난 앨범을 만들 때 제목부터 정하고 내가 처한 상황을 가사에 담곤 하는데 결혼을 하고 행복해서인지 사랑에 대한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2011년 2집 ‘티-스쿨’(T-SCHOOL) 이후 2년 만에 새 앨범을 낸 것도 개인사가 공사다망 했기 때문이다.

“결혼뿐만 아니라 지난 2006년 솔로로 나서며 설립했던 기획사 소울샵엔터테인먼트를 재정비했어요. 기획사의 시스템을 갖추는데 신경 쓰다 보니 매년 앨범을 내는 게 힘에 부쳤어요.”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건 음악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그는 ‘사랑비’가 히트한 후 연장선에서 2집 타이틀곡인 ‘메아리’를 선보였지만 ‘사랑비’ 만큼의 성적을 얻지 못했다.

“매번 ‘뉴 사운드’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 그런데 ‘메아리’는 대중에게 딱 걸린 경우죠. ‘사랑비’가 크게 히트해 다시 한번 비슷한 스타일을 써먹은 셈이니까요. 대중은 정말 호락호락하지 않았어요. 10년이 넘은 가수는 안일한 생각으로 음악 하면 안된다는 걸 배웠죠.”

그는 지난 2006년부터 8년째 콤비를 이룬 작곡가 이현승과 매일같이 머리를 맞댔다. “새로운 음악을 하고 싶다”고 고민하는 김태우에게 방향을 제시한 사람은 이현승이었다.

“김태우는 발라드, 댄스, 알앤비(R&B), 힙합 등 여러 장르를 소화하는 보컬이니 기존 스타일에 갇히지 말고 그 장점을 살려보자”고 한 것. 그런 의도로 이현승의 작곡팀 레드로켓이 만든 노래가 바로 타이틀곡 ‘코스믹 걸’(Cosmic Girl)이다.

“‘코스믹 걸’의 데모곡을 듣는데 힙합 비트에 록 풍의 사운드, 펑키한 느낌이 더해져 제목처럼 우주 사운드 같았죠. 현승이는 이 곡을 쓰면서 제가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상상했대요. 덩치 큰 가수가 자유로운 몸짓과 노련한 보컬로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섹시하게 노래하는 모습요. 결혼해도 섹시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하하하.”

올드 스쿨 힙합 비트에 브라스 연주가 가미된 ‘또또’, 피아노 연주가 어우러진 아날로그 감성의 ‘오빠’, 중국 가수 쑨난의 노래 ‘미인도’를 리메이크한 ‘러브코스터’(LOVEcoster), 알앤비 곡인 ‘언제나, 어디든’ 등 장르의 폭이 넓어졌다.

전반적으로 신나는 느낌의 수록곡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각기 다른 빛깔의 사랑. 그러나 노랫말 안에서 ‘유부남 김태우’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가족이 사랑이 넘치게 만들어주는 모티브지만 음악에 결혼한 현실을 담는 건 유치하다. 그래서 영화 ‘러브 액츄얼리’처럼 여러 상황의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중 ‘언제나, 어디든’은 이성을 향한 낯 간지러운 가사로 포장됐지만 사실 그가 딸을 위해 쓴 가사라고 한다.

김태우는 god 시절부터 솔로로 이어지며 정상의 맛을 수차례 봤기에 앨범을 준비하는 동안 결과에 대한 스트레스도 컸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마음을 비우자 다시금 음악 하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god 활동을 끝낼 때 스스로 지키고 싶었던 게 있어요. 음악성과 트렌디함을 잃지 않겠다고요. 한때는 차트 1위부터 50위까지 아이돌이니까 ‘한 발짝 물러나야 하나’란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자연스러운 제스처와 표정으로 음악을 트렌디하게 소화하는 건 저만의 장점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또 음악을 대하는 순수한 마음도 변함없다고 자부해요. 전 음악이 정말 좋거든요.”

그는 “기획사를 운영하며 날 데뷔시켜준 박진영 형을 새삼 존경하게 됐다”며 “진영이 형은 현직 가수이면서 프로듀서, 경영자 역할까지 해냈다. 그리고 미국 진출을 위해 직접 뛰었으니 아마 머리가 터졌을 것이다. 형은 나의 모토이자 스승, 롤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음악성과 트렌디함을 갖춘 기획사로 꾸리고 싶다”며 “요즘 가요계도 실력 있는 음악인을 선호하는 시대가 다시 온 것 같다. 나도 아이돌 가수를 제작할 계획이지만 외모 때문에 실력이 가려져 소외받는 친구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 또 지금의 기획사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선배들과도 함께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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