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우팅 절제 ‘사랑이 들린다면’ 타이틀

신선함 녹여낸 트렌디 발라드도 수록

에너지 있는한 록 장르 계속 하고파

 

연륜이 오래된 가수일수록 새 앨범을 낼 때마다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새로운 장르로 변화를 줘야 하나, 기존 음악 스타일을 유지해야 하나.’

음악적으로 변화를 주면 ‘이제 변했다’고, 대중이 사랑해준 스타일을 유지하면 ‘매번 똑같다’고 어떤 선택을 하든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이다.

내년 데뷔 20주년을 맞는 로커 김경호도 10집 ‘공존’(共存)을 준비하며 같은 고민에 빠졌다. 그로인해 요즘의 트렌디한 사운드가 담긴 발라드와 강한 록 스타일의 노래가 공존하는 음반을 만들기로 했다.

그는 10집을 두 장의 미니음반으로 나눠 선보이기 위해 지난 22일 여섯 곡이 담긴 10집의 파트.1 ‘선셋’(sunset)을 먼저 발표했다.

김경호는 “한을 풀어보고 싶었다. 지금껏 앨범 작업에 기획사의 생각이 많이 작용했다면 이번엔 선곡, 편곡, 타이틀곡 선정까지 모두 내가 원하는 대로 했다. 후회가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9집과 9.5집 당시 “앨범을 만들어도 재미가 없다”며 빠르게 변한 음악 시장에 회의를 느끼던 때와 달리 “이렇게 설레고 재미있는 건 처음”이라며 특유의 전라도 억양에서 의욕이 묻어났다.

타이틀곡 ‘사랑이 들린다면’은 신인 작곡가 김동현의 곡으로 샤우팅을 절제하고 감미롭게 부른 미디엄 템포의 록 발라드다. 변화의 폭이 커 용기있는 도전처럼 느껴진다.

이 곡을 택한 것에 대해 그는 “신인 작곡가가 데모 음반을 보내줬는데 귀를 사로잡았다. 솔직히 요즘 음악하는 젊은 친구들의 감각을 따라갈 수 없겠더라”며 20년 경력의 가수로는 인정하기 어려운 고백을 했다.

“언젠가 이승철 선배가 그랬어요. 오래 음악 하다 보니 트렌드에 맞는 감각적인 멜로디와 세련된 편곡을 따라갈 수 없어 요즘 후배 작곡가들과 작업하니 더 좋은 반응이 오더라고요. 크게 공감이 됐어요.”

생각의 전환에는 2011~2012년 6개월간 출연한 MBC TV ‘나는 가수다’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다양한 장르로 편곡해 부르고 동료 가수들의 신선한 무대를 보며 사람들이 무엇에 열광하고 흥분하는지 대중적인 귀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가수다’를 통해 느낀 건 음악은 강요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라며 “음식점을 오픈하면 첫째가 음식이 맛있어야 한다. 맛있다고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9집과 9.5집 때 앨범 반응이 예전 같지 않았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더라. ‘내가 고집을 피운 건 아닌가’ ‘대중과 젊은 음악 동료의 조언에 귀 기울이지 않은 건 아닌가’란 반성을 했다”고 웃어보였다.

그로인해 타이틀곡에 이어지는 ‘너를 기다려’ ‘다짐’ ‘노을’도 김경호표 록 발라드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 부드러운 음색과 감성적인 멜로디가 현악기 연주와 호흡을 맞췄다.

그러나 그가 작사, 작곡에 참여한 앨범의 뒷 트랙은 음악적인 정체성을 드러낸다. ‘달의 눈물’은 메탈 발라드, ‘겟 온 유어 핏’(Get on your feet)은 하드록 스타일의 로큰롤이다. 내지른 고음의 강렬한 바이브레이션도 살아있다.

그는 “곡의 장르에 맞춰 창법을 변화시켰다”며 “앨범은 하나지만 곡의 스타일에 맞게 두 명, 세 명의 김경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천후가 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변화의 결과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일 각오가 돼 있다고 한다. 자신의 음악 안에서 못 벗어난다는 얘기를 듣기보다 처음엔 상처를 받더라도 꾸준히 변화를 시도하면 대중의 마음을 열 수 있으리란 믿음 때문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건 20년간 노래하며 굴곡이 크게 없었던 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94년 1집 ‘마지막 기도’를 시작으로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나의 사랑 천상에서도’ ‘금지된 사랑’ 등의 히트곡을 냈다.

“제 에너지로 제가 하는 장르가 버겁지 않을 때까지 노래하고 싶어요. 노래만큼은 자신 있습니다.” 또 지난해 열 살 연하의 일본인 여자 친구를 공개한 그는 올해 꼭 장가를 가고 싶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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