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야당과 정치권 난맥상 보며 조국에 헌신하려던 마음 접어"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둘러싼 정쟁이 결국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불러왔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인 미래창조과학부의 김종훈 장관 내정자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개편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난맥상'을 비판하며 내정자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김 내정자는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제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워졌다"며 "이제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접으려 한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김 내정자의 사퇴로 새 정부 출범후 여드레째 내각구성이 안돼 국무회의도 열 지 못하는 등 국정 운영의 차질을 빚어온 '박근혜 정부'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또 향후 정국은 청와대와 여야의 책임론 공방 속에 소용돌이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를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엔진으로 삼고 벨연구소 소장이자 미국에서 'IT(정보통신) 신화'를 이끌었던 김 내정자에게 이를 지휘하는 중책을 맡기려한 박근혜 대통령의 야심찬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춘추관에서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 "우리가 극복해야 할 현안과 국민경제가 위협받고 있는 이 상황에서 새 정부 출범 일주일이 되도록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국정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정부조직개편안 논란에 대해 "많은 부분에서 원안이 수정됐고 이제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부분만 남겨놓은 상황"이라며 "이것이 빠진 미래창조과학부는 껍데기만 남는 것이고 굳이 미래부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의 사퇴에 대해서도 "미래성장 동력과 창조경제를 위해 삼고초려해온 분인데 우리 정치의 현실에 좌절을 느끼고 사의를 표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의 사퇴에 청와대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윤창중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오늘 김종훈씨가 사퇴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 내정자의 사퇴 선언 직후 "우리도 충격이다"며 "아침에 (청와대 내부) 회의할 때도 그런 얘기가 전혀 안나왔고 기사를 보고 알았다"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개편안의 처리를 놓고 여야가 극한 대결을 벌이면서 새 정부 내각 구성이 지연되고 국정이 사실상 올스톱된 마당에 더한 악재가 돌발, 전례없는 새 정부 장기 파행사태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의 사퇴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1시간 전에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 대한 비난여론은 거세질 전망이다.

김 내정자는 사퇴를 선언하면서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시점에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미래창조과학부 둘러싼 논란과 여러 혼란상을 보면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던 저의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김 내정자가 '조국을 위한 뜻을 접 겠다'고 한 말을 재고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어려움이 많은 땅이지만, 국민·정치권과 함께 이를 극복하는데 의미가 있지 어려움 뒤로 물러서는 것은 올바른 게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내정자가 야당에 책임을 전가하고 사퇴한 것은 공직 후보자로서 자질 없음을 스스로 반증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야당만 탓하지 말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적 인사를 다시 추천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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