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충북상생연구소장

요즈음 우리 도의 모습을 보노라면 답답한 마음이 든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방향이 없고 구심점도 없으며 활기도 없다. 민선5기 들어서 제대로 되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고 오히려 갈등과 반목만 늘어나는 것 같다.

우선 경제자유구역을 보자.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고 엄청나게 자랑을 하지만 당초 계획에 비해 대폭 축소된 데다 지정은 됐지만 막연한 계획만 있을 뿐이다. 오송지역에 대해서는 어떻게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고 청주공항지역은 MRO 등을 유치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청주공항민영화회사가 항공정비사업을 하겠다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민영화가 주춤거리면서 민영화 회사와 관련된 사업들도 무산될 위기에 처해졌는데 그 경우 투자 유치를 위한 어떤 복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렇게 투자유치가 난감한 상황인데 경제자유구역청 위치를 놓고 지역간 갈등이 야기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충주지역에서 유치운동을 활발히 해 입장이 난처하게 되니 청주?청원지역에서도 유치운동을 하라고 부추기는 한심한 일도 벌어졌다. 결국 투자유치를 위한 효율성보다는 각 지역의 입장을 적절히 반영해 무마시키는 방향으로 수습하는 것 같다. 경제자유구역지정은 외국인투자유치를 하자는 것인데 외국인투자유치라는 관점에서 경제자유구역지정 전과 후에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경제자유구역지정은 국민의 세금으로 공무원 숫자를 늘리고 승진이나 시키자고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그런 좋은 일이 수반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제대로 과업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보니 걱정이 돼 하는 소리다. 3년 뒤 제대로 투자유치를 못해 지정이 취소된 다른 지역처럼 지정이 취소될 경우 도민들에게 무엇이라고 변명을 할 것인가? 오세훈 전서울시장이 용산개발 문제로 고발을 당했는데 경제자유구역 문제도 돈만 쓰고 제대로 투자유치를 못한다면 도민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지도 모른다. 간단한 문제가 아닌 만큼 사명감과 절실함을 갖고 이 일을 다루어야 할 것이다.

오송역세권 문제도 한심한 것은 마찬가지다. 민선4기 메디칼그린시티 프로젝트를 대도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하면서 바이오밸리라는 새로운(사실상 새로울 것도 없지만)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기세등등하더니 결과적으로 지난 3년 동안 용역회사만 돈 벌게 해준 꼴이 되었다. 민자유치가 안되자 응모기간을 한 달간 연장하더니 최근에는 민자개발이 안되면 공채를 발행해 공영개발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사업성이 없어 민간사업자가 나타나지 않는데 그것을 공영개발 하겠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자세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오송역세권을 곧 개발할 것처럼 약속했던 분들은 지금까지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 것에 대해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확실한 대책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대한적십자사충북지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더니 청주상공회의소 문제도 보통 시끄러운 것이 아니다. 도대체 화합과 아름다운 모습은 사라지고 온통 갈등, 갈등뿐이다. 상공회의소는 도정을 뒷받침 해 주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지만 우리 상의는 다른 시도와 달리 중앙정부를 접촉하는데 있어서나 지역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도정 책임자인 도지사가 좀 더 역량을 발휘했다면 이렇게 난장판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지사나 시장이 상공회의소가 제대로 역할을 하도록 좀 더 적극적으로 관여할 할 필요가 있다.

청원·청주통합은 또 어떤가? 통합이 결정된 후 온통 구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 시청과 구청 청사를 어느 곳에 둘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다. 통합청주시가 지향하는 도시의 비전은 무엇이고 시민들의 생활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높이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 그리고 바로 붙어있는 세종시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우리 청주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들어본 적이 없다. 바싹 정신 차리지 않고 내부 밥그릇 싸움과 다음 지방선거에서 재집권하는 데만 관심을 가지면 청주는 대전과 세종시에 치어 영원히 2류 도시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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