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정규리그 개막 이래 13연패에 빠진 한화 이글스 선수단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이다.

개막 최다 연패 신기록이라는 불명예와 더불어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부터 이어온 팀 최다 연패(14연패) 참담한 기록이 한화를 짓누르고 있다.

연패를 끊어보고자 안 해본 것이 없음에도 뾰족한 돌파구를 찾지 못해 더 암울하다.

이 순간 가장 힘든 것은 선수들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팬들의 마음 역시 편할 수 없다.

승부사' 김응용 감독을 따라 독수리 유니폼을 입은 타이거즈 출신 코치들 역시 냉가슴을 앓고 있다.

한국시리즈를 9차례 제패한 해태 타이거즈 출신 '역전의 용사'들은 지난해 말 김 감독의 부름을 받고 차례로 현장에 복귀했다.

김성한 수석코치, 김종모 타격코치, 이종범 주루코치, 이대진 투수코치 등 김 감독의 '애제자'들은 강팀의 유전자(DNA)를 한화에 심겠다는 각오로 작년 마무리 훈련부터 구슬땀을 흘려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무기력하게 연전연패하는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서울과 광주에 연고를 둔 이들은 김응용 감독과 함께 구단이 마련한 대전 선수단 숙소에서 머물고 있다.

워낙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아 김 감독을 비롯해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할 정도로 무거운 침묵이 숙소를 지배하고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과묵한 김 감독의 말수는 더욱 줄어들었다는 전언이다.

한 코치는 "개막 초반 감독님이 코치들에게 이것저것 지시도 하셨지만 너무 무기력하게 연패에 빠지자 지켜보기만 하신다"고 15일 더그아웃을 감싼 찬 공기를 전했다.

김 감독은 코치들에게 강하게 선수들을 밀어붙이지 말고 부드럽게 대하라는 주문도 했다.

실책을 범해도, 투수들이 실점해도 선수들의 기를 죽이지 말고 더 다독이라고 코치들에게 요청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코치는 "내가 선수와 코치 시절을 다 합쳐도 지난해 마무리캠프, 스프링캠프에서 올해처럼 열심히 훈련한 적이 없다"면서 "정말 새벽 별 보고 운동장에 나와 밤늦게 숙소에 돌아오곤 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자발적으로 선수들이 머리를 밀었고, 눈썹도 민 선수도 등장했다"며 "경기 후 알아서 선수들이 자율 훈련을 하는 등 어떻게 해서든 1승을 해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정작 경기 중 그런 투지를 보여주지 못해 안타깝다"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답답한 마음에 15일 대전 인근 산을 찾은 또 다른 코치는 "투타의 엇박자가 문제"라며 "이 어려운 위기를 이겨내 팀이 더 단단해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화 코치진은 롯데 자이언츠와의 개막 2연전에서 모두 끝내기로 무릎을 꿇은 이래 급속한 내리막을 탄 것으로 진단했다.

기를 쓰고 첫 승을 향해 도전했다가 허탈하게 경기를 내주자 이후 공수에서 모두 힘을 잃었다는 게 코치진의 생각이다.

전력이 약한 상태에서 결국 기댈 곳은 한화 선수들의 결연한 각오밖에 없다. 패기로 똘똘 뭉친 막내 NC와의 홈 3연전에서 한화 선수들이 무너진 자존심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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