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고서에 아시아 통화 동반강세…"추세 변화로 보긴 이르다"

달러당 100엔을 향해 '저공비행'하던 엔저(円低)가 한풀 꺾이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엔저는 한국의 수출 경쟁력에 직격탄을 날리는 요소라는 점에서 정부는 물론 기업들이 노심초사하는 문제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최근 보기 드물 정도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달러당 1,131원에서 강보합세로 거래를 시작한 원화는 오후 들어 급락세로 돌아섰다.

원화뿐 아니라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 등 아시아 통화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배경에 일본을 향한 미국 정부의 '경고'가 한몫을 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2일 의회에 제출한 '분기 환율보고서'에서 "일본이 경쟁 목적으로 엔화를 평가절하하지 못하도록 계속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자국의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엔화 가치를 떨어트리는 행위를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그 결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이날 오후 3시50분 현재 달러당 0.30엔 하락한 98.07엔에 거래됐다.

엔화가치는 지난 주말 종가(달러당 99.29엔)보다 1.22엔, 지난 11일 달러당 100엔 돌파를 눈앞에 뒀던 최저치(달러당 99.95엔)보다 1.88엔 올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도 전 거래일 종가보다 8.60원 내려간 1,12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 하락폭은 지난 2월4일의 12.80원 이후 가장 컸다.

그러나 엔화 가치가 미국의 환율 보고서를 계기로 상승 반전했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게 경제 전문가와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견해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본은 이미 국채를 대량 사들이는 '양적완화'를 방침으로 정했다"며 "미국의 보고서가 나왔다고 큰 흐름이 바뀔 것 같진 않다"고 관측했다.

당분간 북핵 리스크 등 추가적인 돌발 변수가 없다면 원·달러 환율은 1,110~1,140원대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됐다.

농협선물 이진우 연구원은 "일단은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최근 고점을 뛰어넘을지는 달러당 1,110원을 하향 돌파할지를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엔저가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원화 가치도 같은 흐름에 따라 동반 상승하면 수출시장의 가격경쟁에서 우리나라가 크게 이득을 볼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과 일본이 환율에 따라 수출시장에서 희비가 엇갈리는 주요 업종은 철강, 석유화학, 기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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