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복(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요즈음 각종 언론매체를 통하여 보도되는 것은 전 세계의 경기가 동시에 극도로 침체됐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글로벌화 되어 위험에 빠진다는 것은 인간의 삶 자체도 그만큼 팍팍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장기적 불황으로 언제부턴가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하여 거론하기 시작했다. 급증하는 소득 불균형과 장기실업 문제 등 그동안 최선이라 믿어왔던 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믿음이 점차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며 바닥에서부터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위기 시대다.
 미국 월가의 자존심이자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로 대변되던 글로벌 금융그룹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미국정부가 신자유주의(Neo liberalism) 경제관을 철저히 신봉한데서 비롯됐다. 애덤스미스의 경제이론은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 공공의 선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온다는, 자유시장 주의에 대한 과도한 신뢰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자초했다고 경제학자들은 비판한다. 자유시장은 그동안 지속된 경제성장과 번영의 전제 조건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계속되는 경제위기로 인하여 부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이러한 정책은 이미 케인지안 적인 정부의 개입과 간섭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생존위기에 처한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생산조정 이나 투자연기 등으로 현금을 비축하는데 주력 할 수밖에 없으며 이렇게 기업들이 움츠리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부는 경기진작을 위하여 손쉬운 재정부양책에 매달린다. 가까운 일본 같은 경우도 대규모 양적완화로 경제 살리기에 올인 하고 있다. 문제는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이 초인플레이션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확률을 전혀 배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불필요한 정부의 시장 간섭은 보호주의와 국수적 메커니즘에 빠질 위험이 크다. 과거 미국의 예를 보더라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용인했던 것과 달리 AIG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지원하고 정부가 나서서 메릴린치와 뱅크오브어메리카의 합병을 주도했다. 물론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경제회생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너도나도 자국 산업 보호명분으로 국가가 개입하게 되면 자유시장 원리에 반하는 악영향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으며,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경제학자들이 자본주의에 대한 위기를 말한다.
 한편으로 위기는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들어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금융위기는 초 경제대국인 미국의 슈퍼파워마저 위축시키는 상황을 초래했다. 따라서 위기 이후 재편될 신 경제 질서는 어느 한 나라가 주도하기보다 다자주의적 시스템 아래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글로벌한 위기는 글로벌한 협력과 공조체제를 요구한다. 결국 다자주의적 해결책이 최선이 될 수 있다. 이미 오래전 ‘브레턴우즈체제’를 통해 탄생한 국제통화기금(IMF) 과 같은 낡은 국제기구들이 과연 21세기 새로운 도전과 과제를 해결할 만큼 충분한 비전과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다 많은 글로벌이슈를 대변할 신생국가들이 참여하는 국제기구 출현이 절실한 때다.
 앞으로 각국 정부가 자본주의 위기 해소를 위하여 무엇보다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은 인프라 구축을 통한 경기부양과 일자리 늘리기 뿐 아니라 시장 고유의 자정 기능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관심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고용창출과 인재육성을 위하여 기업들이 나서야한다. 자본주의 위기 극복을 위한 첫걸음은 기업가들이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적극적 혁신에 참여하는 것이며 기업들이 나설 때 비로소 청년실업이나 소득불균형 과 같은 양극화 문제도 새로운 해결책을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