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천 <청주여자교도소 교정협의회사무국장>

 
청주여자교도소 정문을 통해 들어서면 소나무가 심어져있는 작은 동산이 보인다. 이곳엔 따사로운 햇살을 잔뜩 품은 벚꽃을 비롯해 개나리, 철쭉이 활짝 웃으며 반갑게 손님들을 맞이한다.
청주여자교도소 교정위원으로 위촉된 지 올해로 4년째, 매년 봄이면 그들과 다정한 인사를 나누어 왔고 앞으로도 그들과 나는 다정한 친구처럼 인사를 나눌 것이다.
그들과 인사를 나눌 때 마다 많은 생각을 한다. 저 아름다운 모습과, 향기를 어떻게 하면 콘크리트로 딱딱하게 지어진 건물 속 친구들에게 그대로 담아서 보여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2010년 봄날 사무실을 찾아온 지인으로부터 청주여자교도소 교정위원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그 당시에는 남을 위해 봉사를 하는 것이 그다지 익숙하지 않았기에 조금 망설였다.
더구나 여자교도소라는 말에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예전부터 봉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하겠다고 한 것이 청주여자교도소와 인연을 맺게 된 동기가 되었다.
봉사는 마약처럼 중독성이 강하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내가 중독이 될지는 전혀 몰랐었다. 그 후 여러 봉사단체를 통하여 참여기회를 갖으면서 참다운 봉사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봉사란 남을 위해서 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봉사를 통해 행복을 찾는 것이다. 가진 것이 많아서, 시간이 많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열악한 조건에서도 남을 도울 수 있는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조금 그 맛을 알고 나니 다가올 봉사 날이 기다려진다. 
여자 수용자만 수용하는 교도소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청주여자교도소 한곳이다. 수용시설 부족으로 다른 지역의 교도소에 분산 수용된다고 한다.
청주여자교도소 교정협의회는 수용자들이 출소 후 사회에 빨리 적응하도록 도와주기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 졌다.
지난 1991년에 설립해 현재는 8대에 이어 9대회장을 역임하는 김명구(누리종합건설(주) 대표이사)회장을 중심으로 교화분과, 종교분과(불교, 기독교, 천주교), 교육분과, 취업분과 모두 73명이 현재 활동하고 있다.
주요 활동은 분과별로 역할을 분담하여 다양한 교화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 통합행사로는 수용자와 함께하는 체육대회, 수용자와 함께하는 보라미봉사활동, 수용자생일 교화행사, 직원 및 교정위원 단합 산행 등을 한다.
분과별 활동으로는 먼저 교화분과에서 특식(자장면)지원, 영유아돌잔치, 무연고자 가족 만남의 날 행사, 영화상영 등이 있다. 그리고 종교분과에서는 성가대지도, 수용자 간식제공, 불우수용자 영치금 지원, 불교법회, 연등제공, 천도제, 성경공부, 성가지도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취업 및 교육분과에서는 출소예정자 취업박람회, 창업교육 및 상담, 외국인수용자 한글교육, 다도교육, 인성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 외에도 30여 가지의 작은 프로그램들이 운용되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교정협의회 위원들의 소중한 회비로 사용하게 되며, 재능봉사를 통해 레크리에이션, 무료영화상영, 기타 자발적인 봉사가 매년 이루어진다. 
수용자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이들이 2차, 3차 범죄를 다시는 저지르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것은 희망과 재기의 의지를 심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출소 후에 취업 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일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주며, 기초학문교육과 인성교육을 통해 우리사회는 이들을 끌어안아야 할 것이다. 잘못한 죄는 분명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대가를 치루고 나면 다시 재기해서 행복할 기회를 우리는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 교정협의회뿐 아니라 사회가 더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청주여자교도소 교정협의회는 누구나 행복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데 앞으로 더 많은 고민을 하고 더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따뜻한 마음으로 전하는 교화를 실천할 것을 약속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