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희 충북도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자기희생’으로 소명을 완수하는 지휘자
가족 모두가 음악가… 집안엔 늘 음악이
도민 문화갈증 푸는 풍성한 무대 마련
지역 문화예술 발전 위해 역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예술을 행하는 사람은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희생으로 소명을 완수하는 것’과 ‘그의 작품이 모든 사람에게 이해가 되도록 하는 것’을 진실한 예술의 의심할 수 없는 두 가지 특성으로 꼽았다.

예술인의 자세에 대해 말한 톨스토이의 이 말이 꼭 맞는 옷처럼 잘 어울리는 음악인 이강희(55) 한국교통대 교수가 지난 15일 충북도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선임됐다.

“음악인을 비롯한 지역의 많은 예술인 덕분에 도립교향악단 지휘봉을 잡게 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소리를 가진 악기가 제 몫을 다할 때 비로소 아름다운 하모니가 완성되는 오케스트라처럼 지역의 문화예술발전을 위해 즐겁게 역할을 다하는 지휘자가 되겠습니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지휘자로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배운 ‘소통의 하모니’를 지역 예술계를 비롯한 도민들과 나누는 것을 소명으로 생각하는 이 예술감독. 그는 이러한 소명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20여 년 간 자리를 지켰던 한국교통대 교수도 잠시 휴직(안식년)하기로 결정했다. 가장(家長)이고 스승인 이 예술감독에게 휴직은 그리 쉬운 결정이 아니었지만 충북의 음악 발전의 초석을 다진 청주시립교향악단 초대 지휘자였던 아버지의 명맥을 잇는 일이라는 생각 때문에 남다른 사명감이 솟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첼로를 시작한 이후 줄곧 ‘음악’이라는 한 우물만 팠다. 청주시립교향악단을 창단하고 초대 상임지휘자를 지내신 아버지 고 이상덕 청주대 음대 교수와 첫째누나 고 이선희 인천시향 첼로연주자, 둘째누나 이정희 피아니스트, 셋째누나 이대희 바이올리니스트 덕분에 집안에는 늘 음악이 있었고 어느 순간 음악이 삶이 돼 버렸다.

“비온 뒤 무지개가 뜨는 것처럼 어려서부터 음악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덕분에 즐기면서 할 수 있었고 음악 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과 사명감도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 같습니다. 저를 가장 빛나게 하는 음악 안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지휘 공부도 더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납니다.”

스스로 즐겼던 음악은 그를 늘 공부하는 음악인으로 만들었다. 중앙대 음대 관현악과를 졸업하고 청주대 대학원과 미국 뉴욕 브루클린 시립음악대학원에서 각각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 한국교통대 교수 임용 후에도 러시아 글라주노프 국립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에서 지휘를 전공할 만큼 완벽한 지휘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교수 임용 전인 청주시립교향악단 비상임단원과 청주YMCA소년소녀교향악단·충청필하모닉오케스트라·청주청소년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시절에는 자신의 예술적 역량을 위해서 공부했고, 이후에는 후학양성을 위해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었다는 이 예술감독.

덕분에 현재 지휘를 맡고 있는 CJB교향악단과 청주유소년교향악단, 충주시오케스트라, 충주시청소년교향악단 단원들에게 ‘철저하게 공부하는 선생님’으로 정평이 나 있다.

다른 음악인과 다르게 이 예술감독은 같은 전공으로 석사 학위가 두 개다. 어려서부터 고향인 충북을 자신의 예술적 역량을 펼쳐야 하는 곳으로 생각했던 이 예술감독은 아버지의 권유로 중앙대 졸업 후 청주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청주에서 공부한 시간은 지역 음악계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자신을 역할을 모색하게 했다. 연습실 등 기반시설과 예산이 부족한 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되려고 했던 것도 교향악단을 통해 지역의 예술계가 더욱 풍성한 열매를 걷게 하기 위한 바람 때문이다.

“오페라와 뮤지컬 등 그간 지역에서 볼 수 없었던 공연으로 보다 풍성한 무대를 선보여 지역민들의 문화예술 갈증을 해소하겠습니다. 다른 예술단체와 연계하면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무대에서 가장 빛날 수 있는 지휘자와 도립교향악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김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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