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일어난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고 있다.
허태열 비서실장은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방미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방미 기간 청와대 소속직원의 민망하고도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히 마음 상하신 점에 대해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을 만큼 무조건 잘못된 일로 너무나 송구하고 죄송스런 마음 금할 길이 없다"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허 실장은 이어 "이번 일은 법을 떠나 상식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며 "대통령 해외순방이라는 막중한 공무를 수행중인 공직자로서는 더더욱 처신에 신중을 기했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윤 전 대변인의 직속 상관인 이남기 홍보수석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일으킨 윤 전 대변인은 이에 앞서 기자회견을 자청,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윤 전 대변인은 “이 여성인턴이 자주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를 보여 여러 차례 질책한 것이 마음에 걸려 위로 차원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며 “격려 차원에서 여성의 허리를 툭 한차례 쳤을 뿐 성추행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알몸 상태로 여성을 자신의 호텔방으로 불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변인 출신이라 할 말이 많은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해당 여성이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껴 현지 경찰에 신고를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다.
더욱이 일국의 대통령을 수행한 고위 공직자가 의혹을 받을만한 행동을 했다는 것만으로 비난받고 지탄받아 마땅하다.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일 뿐이고, 얼떨결에 일어난 불찰일 뿐이라는 해명을 통해 윤 전 대변인 자신의 명예를 회복한다 해도, 이미 바닥에 떨어진 국가의 위상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자신의 어리석고 미련한 행동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한 마당에, 개인의 명예를 조금이나마 회복해보겠다는 게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사람의 자세인지 묻고 싶다.
스스로 억울한 부분이 있고, 오해가 있다고 할지언정 지금은 침묵하고 자숙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다.
자신의 말 한 마디가 이번 사태의 파장을 더욱 크게 할 수 있고, 그 파장은 고스란히 사회적 논란과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공직자의 자세와 책무를 새롭게 인식하고 공직 기강을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대통령을 보좌하는 공직자들은 자신의 언행 하나가 대통령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더욱 신중하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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