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아주 중요한 만남이 있었다. 청소년 교육전문가와 면담할 기회가 있어 조언을 들었다. 그 중 다문화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가 좋은 방안이 대두되어 토론하고 합당하다고 생각하여 그의 동의를 구하고 여기에 옮기기로 하였다.

우리 학과는 몇 년 전부터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에 임하는 학생들에게 1학점 씩 주기로 했고, 현재도 실천하고 있다. 학생들의 호응도 좋아 참여하는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교통편이 불편하여 고충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을 설명하니 청소년 교육전문가가 지역전문가 활용방안과 다문화가정 자녀교육을 위한 봉사 마일리지 제도를 제안하였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활용할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요점은 간단하다. 학생의 경우 봉사활동을 마일리지로 적립하여 학점이나 장학금으로 대신하는 제도를 말한다. 일정 시간을 점수로 환산하여 포인트 장학금의 일부로 환산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주당 2시간을 1학점으로 환산하면 가능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다문화가정의 봉사에 관한 내용이다. 현재 많은 다문화가정이 국내에 존재하고 있음은 두루 아는 사실이다. 이들이 자립하고 봉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는 자립기반이 미약하여 살아가기도 빠듯하지만 언젠가는 이들도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지니고 사회에 봉사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두 가지의 방안이 있다. 우선 봉사 마일리지 제도를 일상화하는 것이다. 일반인이 다문화가정에 봉사하거나 재능기부를 했을 경우 시간으로 계산하여 마일리지를 적용해 준다. 세금을 많이 내면 혜택을 많이 주자는 주장과 동일하다. 세금은 많이 내면서 혜택을 보지 못하는 국민들도 많다.

이들의 불만을 없애기 위해서는 세금 낸 만큼의 혜택을 주면 된다. 노후설계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자는 말이다. 다문화가정을 위해 봉사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마일리지를 적용하여 주고 그 시간만큼 노후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면 자원봉사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현재의 봉사가 노후의 안정을 보장해 줄 수 있다.

다음으로 다문화가정의 봉사자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다문화가정은 도움을 받는 대상이 되었다. 이제는 이들도 각자의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고 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하기 시작하였다. 협동조합을 통해 얻은 수익금을 유니세프에 기증하기도 하고 경로잔치에 참여하여 재능기부 및 노력봉사도 아끼지 않는다. 받기만 하는 상황을 극복하고 나누어주는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들에게도 격려하는 차원에서 마일리지를 적용할 수 있다. 똑같은 방법으로 시간을 점수화하여 개인 통장형식으로 기록한다. 봉사는 절대적으로 자비를 들여 해야 한다. 군비나 도비를 받고 하는 봉사는 제외하고, 이 점수대로 노후에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마치 헌혈증서를 활용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해도 좋다. 그러나 필자의 경우를 봐도 헌혈증서는 이사를 할 때 분실할 염려가 있어 보관하는데 불편함이 따른다. 그러므로 헌혈증서와 같은 효과를 주되 관에서 통장형식으로 컴퓨터에 저장하여 전국 어디서나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봉사 마일리지 제도는 비단 다문화가정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봉사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봉사를 전문가의식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국내에는 많은 전문가집단이 있다. 생색내는 봉사가 아닌 자비를 들여 진심으로 봉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학생들이 대충 봉사점수를 받기 위한 시간 때우기 식의 봉사는 자제해야 한다. 제대로 된 자원봉사를 하려면 그것을 총괄할 수 있는 부서도 만들어야 할 것이고, 직원도 선발해야 한다. 담당 공무원의 일이 많아질 수 있지만 다시 생각하면 공무원 수를 늘여 젊은이들의 취업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요즘 복지담당 공무원들의 가슴 아픈 내용들이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경우가 많다. 지나친 업무로 피로는 가중되고 심신은 극도로 피로해 있다고 본다. 여기에 자원봉사가지 담당하라고 하면 공무원들의 원성이 자자할 것이다. 복지담당 공무원 수를 늘여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보고서에 의하면 한 해에 부조리하게 사라지는 공금이 84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것을 발본색원하여 바른 곳에 활용한다면 대안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중부대 교수>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