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대지구대의 고단한 하루 동행취재
실종신고 등 잇단 출동에 ‘녹초’
초여름 시민 지키는 ‘땀’의 향기

사진=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정락인(51)  김원영(39)경사가 금요일 밤 지구대 근무를 하고있다. <사진/안성미>




늦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지난 24일.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 때문인지 금요일임에도 거리는 한산했지만,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지구대 경찰관들의 얼굴에는 긴장감만 가득했다. 더위 속 주취자들의 난동과 욕설, 피곤함…. 모든 역경을 감내하며 묵묵히 땀을 흘리는 지구대 경찰관들을 만나봤다. <편집자>

 

24일 밤 9시 30분께 유흥주점의 요란한 네온사인과 음악소리, 호객행위, 주말을 앞둔 취객들의 고함소리, 차량 소음 등으로 왁자지껄한 청주시 흥덕구 하복대 유흥가에 자리 잡은 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갑자기 복대지구대 문을 열면서 “도와달라”고 외치면서 이곳 경찰관들의 고된 ‘금요일 밤’이 시작됐다.

“어떤 사람이 지구대 근처에서 술에 취해 도로에 누워 있다”는 것. 지구대에 근무하는 정락인(51)·김원영(39) 경사가 취객에게 달려갔다. “이곳에 누워계시면 안 됩니다. 일어나셔야죠.” 출동한 경찰관들은 술에 만취해 도로에 누워 자는 취객을 달래 정신을 차릴 때까지 보호한 뒤 집으로 돌려보냈다.

한 경찰관은 “이건 아무 것도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각종 신고가 청주지역에서 매우 많이 몰리는 곳 중 하나인 복대지구대는 긴박감의 연속이다.

112신고는 대부분 자정에서 새벽 사이 들어온다. 유흥가가 불야성을 이루는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 사고가 가장 많지만, 요즘은 목요일 밤에도 신고전화가 많다. 2인 1조로 구성되는 순찰 팀이 하룻밤 출동하는 횟수만 각각 10차례 정도다.

복대지구대는 하복대지역 유흥가의 치안을 책임진다. 때문에 지구대에 오는 손님 대부분은 취객이다. 한 경찰관은 “취객의 막무가내식 행동에 둔감해질 때도 있지만 여전히 울컥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취객을 순찰차로 경찰서까지 연행하는 일이 많다보니 뒷좌석에는 폭력을 휘두르는 취객을 막기 위한 플라스틱 칸막이와 CCTV가 달려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또 다른 출동사건이 벌어졌다. 4팀장 최동림 경위가 급히 순찰차의 시동을 걸었다. 5분 만에 피해신고를 한 20대 남성의 앞에 도착했다. 경찰을 보자 남성은 안절부절못하며 “아는 누나가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가다 갑자기 연락이 끊어졌다”며 불안해했다. 이 남성을 달래는 한편, 여성의 소재파악에 나서 결국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토요일로 넘어서는 새벽 12시 42분께 지구대 안 무전기가 또 다시 울렸다. 멀리 경기도에서 “친구가 수면제를 먹은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 좁은 골목을 이리저리 지나 인근 빌라로 들어갔다.

“수면제 1알을 먹었다”는 피해여성의 목소리는 만취한 사람처럼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 주위엔 약봉지가 여럿 있었다. 곧바로 119에 도움을 요청, 인근병원으로 옮겨졌다. 신속한 출동이 아니었다면 자칫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심야시간 치안사각지대인 주택가 순찰도 중요한 임무다. 원룸과 다세대 주택이 몰려있는 복대지구대 인근지역은 주민들의 안전과 범죄예방을 위한 ‘성범죄특별관리지역’으로 특별 순찰 대상이다. 한 경찰관은 “순찰차 사이렌 불빛만 켜 놓아도 범죄예방효과가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일부 상인들이 ‘순찰차 때문에 장사가 안 되는 것 같다’고 불만스러워해 “솔직히 서운할 때도 있다”고 했다.

새벽녘 한 여성이 “커피 한 잔 줄 수 있냐”고 물으며 지구대로 들어섰다. 거리낌 없이 지구대를 찾아 올 수 있을 정도로 경찰의 이미지가 친근해진 것이다.

새벽 4시가 넘어가지만, 취객들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최근 현장 경찰인력을 증원키로 하는 등 지구대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현장의 경찰관들은 여전히 어려움이 크다.

최 경위는 “시민들이 친근하게 대해 주셔서 큰 힘이 된다”며 “치안일선에서 주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안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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