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그동안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지방공공기관에 대해 적극적인 경영감독에 나서겠다고 한다. 지방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새누리당 제1정책조정위원회는 12일 국회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기로 했다. 전국의 460여개 지자체 출자·출연한 기관이 적용 대상이다. 지자체의 무분별한 공기업 설립을 차단하고자 중앙정부의 타당성 검토를 거치도록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설립 이후에는 지자체장이 해마다 경영 실적을 평가하고, 중앙정부가 이를 공시하게 된다. 경영진단을 거쳐 민영화 결정이 내려진 공기업은 해산 절차를 밟도록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일률적인 원칙과 기준 없이 이뤄지는' 지방공기업의 경영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지방공기업 부실 방치는 자칫 지자체 파산이라는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여당의 대처는 시의적절하다고 여겨진다.
지방공기업은 지자체가 50% 이상 출자해 운영하는 직영기업이나 공단, 지방공사 등이다. 1998년에 117개이던 것이 올해는 463개로 늘었고, 직원은 2만5000명을 웃돈다. 문제는 지자체들의 산하 공기업 설립 경쟁이 결국 부실경영으로 이어지게 했다는 점이다. 의욕만 앞세워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빚더미에 올라앉은 지방공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재정자립도가 극도로 낮은 지자체의 살림마저 거덜 날 판이다. 그 부담은 해당 지자체나 지역 주민들만 짓누르는 게 아니다. 결국, 국가 재정 전반에 주름살을 지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 4월 내놓은 지방공기업 재무현황 보고서는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2011년 말 현재 388개 지방공기업의 부채는 69조1000억원으로 불과 3년만에 21조3000억원, 45%나 급증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지방공기업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재무상태가 나빠 부실화 가능성이 큰 지방공기업이 5곳 가운데 1곳꼴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흑자경영으로 지자체에 효자 노릇을 하는 공기업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도움이 되기는커녕 지자체의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곤 한다. 지자체의 지원이 끊기면 존립 자체가 어려운 곳도 많다고 한다. 빚에 허덕이는 지방공기업들은 빚을 내서 빚을 갚다 보니 채권 발행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작년에 23개 지방공기업이 발행한 지방공사채가 10조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전년보다 8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올해부터 정부가 지방공기업의 지방공사채 발행을 까다롭게 했다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방공기업의 고용창출 효과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실 경영으로 해당 지자체의 재정마저 악화한다면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지자체의 발목을 잡는 공기업들을 하루빨리 정비하는 한편 추가 설립을 억제해야 하는 까닭이다. 지방공기업의 경영 부실을 심화시키는 요인은 한둘이 아닐 것이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의 실태 조사에서 드러난 채용 비리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경영진에 대한 낙하산 인사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도 있다. 지방공기업 부실화의 후유증은 고스란히 지역 주민이 감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지방공기업의 혁신이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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