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덕 청주 용담명암산성동 주민센터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어느 도서관 입구에서 보았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책과 사람과의 관계를 제대로 통찰하는 문구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정말이지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위대한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과 정조대왕, 인문쪽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뉴턴이나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계 석학들, 세계를 호령하는 혹은 호령하던 CEO인 빌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세계적 자연과학자인 최재천 선생님 등은 각 분야의 전문가이기 전에 이미 대단한 독서광으로 이름이 높다.

과장 조금 보태면 그들 인생의 황금기를 만들어준 건 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문쪽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사람들까지 책에서 배우길 좋아하는 것은 어느 분야건 간에 폭넓은 인문학적 상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에서도 스토리를 찾아야하고, 개미의 일상에서도 드라마가 있음을 알아야하며 손바닥만한 휴대기기 안에서도 무한한 상상력이 펼쳐져야 하듯 넓은 외연과 깊은 통찰이 없이는 발전은 요원할 것이다. 바로 이런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워주고 가능토록 해주는 것이 바로 무한의 영역까지 사고력을 확장시켜줄 수 있는 독서다.

수년전부터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은 바로 이런 바탕에서 가능한 것이다. 다만 요즘 그 기세가 한풀 꺾였을뿐더러 방향성까지 상실해보이는 것은 독서에 대한 잘못된 접근에 있다. 독서는 결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거나 한정된 자원을 남들보다 많이 차지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독서를 단지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스펙정도로 생각하는 독서열풍의 맹점은 그것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에 대단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치명적인 단점에 부딪혀 그 효과성을 의심받는 중이다. 수단으로서의 독서가 아니라 독서는 그 자체로 목적이며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

부산의 ‘인디고서원’은 목적성이 뚜렷한 독서를 통해 이 땅의 청소년이 얼마나 크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청소년을 위한 작은 인문학 서점에서 출발하여 깊이있는 사색과 토론의 장이 되고 새로운 청소년문화의 발판이 되기까지 그들을 이끈 건 다름아닌 독서였다. 인디고서원을 통해 부산의 청소년들이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슬라보예 지젝, 노엄 촘스키, 지그문트 바우만 같은 세계적인 석학들과 만나 질문하고 토론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우리의 미래가 지금과 다를 것임을 보여주는 청사진이다.

인디고서원이 청소년들을 위한 작은 서점에서 출발했듯, 우리동네 ‘산성작은도서관’도 ‘바로지금’ ‘여기에서’ 출발하려고 한다. 지난 2012년 1월 개관하여 기증도서와 지원금으로 4000여권의 장서를 갖추고 있는 우리 도서관은 지난 해 청소년 독서논술지도와 인문학 토론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는 중이며 앞으로도 가짜 인문학 열풍과 같은 세파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정진하여 지역을 위한 든든한 디딤돌이 되고자 한다.

혹자는 얘기한다. “도서관이 너무 많다. 곳곳에 도서관을 두기보다 차라리 수익이 남는 사업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맹자의 어머니가 마지막 세 번째로 옮긴 집 근처에 무엇이 있는지 아시느냐”고. 도서관은 바로 우리아이들의 미래이자 당연하게도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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