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의 판결을 놓고 지역사회가 들썩였다.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은 한 공무원이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정직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사건 때문이다.
2011년 국무총리실 암행감찰반에 뇌물수수 사실이 적발된 그는 암행감찰반 조사 당시 혐의를 인정하고 자필진술서를 썼으나, 이후 수사기관에서 억압적 분위기에서 허위 작성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검찰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은 “여러 정황과 증거로 볼 때 뇌물수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며 검찰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판결을 내놨다.
이후 지역의 관심이 쏠렸다. “개인적 성향이 반영된 판결”이라는 의견부터, 검찰의 봐주기 의혹을 제기하는 의견까지…. 마치 검찰과 법원의 싸움을 기대하는 각종 제보도 이어졌다.
그런데 취재 중 알게 된 재밌는 사실이 있다. 이 사건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정면에서 맞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일단 ‘혐의 없음’은 보통 ‘증거가 부족해 피의자가 죄를 지었는지 단정할 수 없다’는 의미로, 검찰이 “죄가 없다”고 못 박은 것은 아니라고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설명했다.
또 하나는 민사·행정재판과 형사재판의 혐의 인정의 증명력 정도가 다르다는 것. 형사재판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력’을 필요로 해 90% 이상의 입증정도가 필요하지만, 행정재판의 경우에는 ‘우월한 증거에 의한 입증’, 즉 51%의 입증이 있으면 가능하다는 게 지역 법조계 등의 설명이다.
결국 이 사건에서 검찰은 ‘뇌물수수’ 행위가 공무원을 기소할 만큼의 입증이 충분하지 않다고 봤지만, 법원은 ‘필요한 만큼은 입증된 것’으로 판단, 서로 ‘다르게 보이는’ 판결을 내 논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누가 잘했고 못했는지’가 아니라 ‘뇌물수수’의 정확한 개념과 증거수집, 입증방법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단 하나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닐까.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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