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국내 복귀 후 2년 뛰는 조건으로 5년 장기 임대 제안 김연경 "국내 FA 아니라는 점 인정…배구협회에서 해답 달라"

한국배구연맹(KOVO)이 국가대표 은퇴라는 배수진을 친 김연경(25)의 해외 진출 요구에 다시 한번 불가 입장을 확인했다.

연맹은 23일 서울 상암동 연맹 사무실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김연경이 지난 10일 이의신청한 임의탈퇴 규정을 심의한 후 "자유계약선수(FA) 취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김연경이 흥국생명과의 계약 체결 의무를 거부했다"며 "김연경이 FA 규정 위반을 함에 따라 흥국생명 구단의 임의탈퇴 조치는 적법하다고 판단돼 김연경 측의 이의신청을 기각한다"고 발표했다.

김광호 상벌위원장은 "다만, 선수 재능을 고려해 계속 코트에서 뛸 수 있도록 구단과 원만한 합의를 거치도록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연경과 그의 에이전시인 인스포코리아, 김연경의 원 소속구단인 흥국생명의 권광영 단장 등은 각각 법률 대리인을 대동하고 회의에 참석해 소명 절차를 밟았다.

상벌위원으로는 김광호 연맹 상벌위원장, 송대근 스포츠동아 대표이사, 이유성 대한항공 배구단 단장, 황명석 연맹 심판위원장, 신원호 연맹 사무총장, 장달영 변호사 등 6명이 참석했다.

김연경은 프로 데뷔 후 흥국생명에서 4시즌밖에 뛰지 않아 6시즌이 지나야 주어지는 FA 자격을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김연경은 흥국생명과의 계약 종료(2012년 6월 30일)를 이유로 국내 규정과는 별개인 해외에서는 자유롭게 뛸 수 있는 FA 신분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연맹은 국내 FA 규정을 채우지 못한 김연경은 FA가 아닌 흥국생명 소속 선수이므로 보유권을 주장한 흥국생명 측의 임의탈퇴 조치가 적법하다고 못을 박았다.

상벌위원인 장달영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배구뿐만 아니라 전 세계 스포츠 규정을 따질 때 선수의 신분 효력은 구단과의 계약 만료 여부와 관련 없고 연맹 또는 협회의 등록 공시에 따라 결정된다"며 "은퇴 선수로 공시되지 않는 한 흥국생명 소속 선수가 맞다"고 밝혔다.

그는 은퇴 선수 공시 요청 가능성을 제기한 김연경 측의 질문에 대해서도 "본인이 원하면 은퇴 선수가 될 수 있다"면서도 "김연경 측의 요청 이유가 한국에서 안 뛰고 외국에서 활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이라면 이는 은퇴 선수의 심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김연경의 주장이 법리적인 해석에 맞지 않다는 사실을 연맹과 배구인들이 재확인한 셈이다.

원로 배구인이면서 프로배구의 산파 노릇을 한 김광호 위원장은 "오늘 상벌위에 출석해 소명하는 김연경을 보면서 본인 의사를 주장하기보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혼동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김연경이 선수 생활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사실상 에이전트 등과의 결별을 권유했다.

권광영 흥국생명 단장은 "김연경이 구단에 사과하고 해외 진출과 관련한 협의를 재개한다면 전폭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흥국생명은 지난주 김연경과 만나 국내에 돌아와 2년을 흥국생명 소속 선수로 뛰는 조건으로 5년간 해외에 장기임대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연경은 국내 FA 규정을 존중해 자신이 FA 신분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해외에서는 뛸 수 있다는 자세를 굽히지 않았다.

그는 "연맹, 구단 쪽과 견해차가 많이 나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태극마크를 달고 싶지만 연맹과 대한배구협회 쪽에서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못 뛰는 것 아니냐"는 기존 태도를 되풀이했다.

김연경은 연맹 쪽의 결정을 들은 만큼 국제 이적동의서 발급 주체인 배구협회가 어떤 규정을 위반했는지 해답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에이전트나 법률 대리인을 배제하고 김연경이 결자해지 하기를 주문하는 배구인들이 늘면서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