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치솟았던 지난 2일 오후 2시.
대전시청 내 모든 사무실 문과 창문은 활짝 열려 있다. 직원들은 책상 아래와 위에 각각 소형 선풍기를 두고 하루 종일 틀고 있다. 얼마 전에는 시가 지역민간단체의 협조로 쿨(Cool)-스카프 700개를 구입해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스카프를 물에 잠깐 담가 둔 뒤 목덜미나 팔등 위에 놓으면 1시간 정도는 더위를 달랠 수 있다. 그런데도 하루 종일 30도 안팎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장마가 주춤한 지난달 20일부터는 ‘멘붕(멘탈 붕괴) 단계가 왔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늘었다. 더위를 조금이라도 피해보기 위해 각양각색의 방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냉장고의 얼음도 얼려 놓기 바쁘게 없어진다. 시장실과 국장실 등 고위직 사무실도 덥긴 마찬가지.
시청 한 직원은 “컴퓨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탓에 흐르는 땀이 서류를 적실 정도”라며 “국가 차원의 절전 노력에 동참하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일선 공무원들은 정부의 절전정책을 ‘유도’가 아니라 ‘압박’으로 받아들인다.
에너지 절약 시책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볼멘소리도 터져나왔다. 애꿎은 시청사관리계 직원들에게 하소연이 쏟아지기도 했다.
사실 대전시청 등 공공부문은 이미 절전을 할 만큼 하고 있으며, 추가 절전이 가능한 곳은 민간 부문인데 절전 무게추가 너무 공무원 쪽으로만 쏠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관공서 기온이 너무 올라가면 공무원들의 생산성이 떨어진다. 그러면 정책 및 행정 서비스 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고 피해는 결국 시민이 본다. 업무효율성을 생각해서라도 현재의 ‘닥절(닥치고 절전)’식 냉방 제한은 문제가 있다.
지난해 시청사 냉방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전국 260개 지방자치단체 청사 가운데 에너지 절감 1위 차지한 대전시. 때문에 올해는 이 기준에서 20%를 더 줄이려면 평상시 30도 이상은 불가피하단다. 대전시청 직원들의 여름나기가 힘겨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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