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선(2013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사무총장)

  최근 학교 내 폭력이 사회적으로 문제다. 최근 모 교육청이 초·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교내 폭력실태를 조사한 결과 정부의 다양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교내 집단따돌림이나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다 보니 학교폭력을 해결하기에는 백약이 무효라는 자괴감마저 드는 게 현실이다. 사실 학교폭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지구촌 언제 어디에서나 존재해왔다.
 가까운 일본은 물론 유럽에서도 학교 폭력을 막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지만 좀처럼 그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권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스웨덴, 프랑스, 노르웨이, 덴마크, 벨기에 캐나다 등은 따돌림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조선시대 화가 단원 김홍도의 걸작 중에 이런 따돌림을 추측케 하는 작품이 있다. 18세기 글방의 훈장과 학동을 묘사한 ‘서당’이 바로 그것이다.
 작품 속의 아이는 훈장한테 회초리를 맞은 후 눈물을 훔치면서 바지 대님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이 옆에 책이 떨어져 있는 걸 보니, 아마 글을 읽다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훈장이 체벌을 가한 게 아닌가 싶다.
 그림 속에는 체벌을 받은 아이를 제외하고 여덟 명의 아이가 있지만 표정이 그리 어둡지 않은 게 이상하다. 웃음을 터뜨리거나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아이가 있다. 친구의 체벌을 즐기는 듯하다. 짐작컨대 아이가 따돌림, 즉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왕따는 학교뿐만 아니라 직장 내에서도 발생한다. 일부 직장인들이 일터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지만 그리 심각하게 와 닿지 않고 있는 데에는 당사자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왕따는 개인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만 왕따로 인한 생산성 저하는 국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대가를 치루고 있다.
 오는 8월 25일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충주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 인근에는 조정체험학교가 있다. 이곳 조정체험학교는 현재 직장인을 비롯해서 가족과 연인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올 들어서는 조정체험학교의 인기와 더불어 체험 예약이 일시에 몰리며 최소한 2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만 체험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들이 조정체험학교를 찾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만 조정만이 갖는 특성 때문이 아닐까 한다.
 조정은 한사람이 노를 젓는 싱글스컬에서부터 선수 여덟 명이 노를 젓는 에이트 등 총 일곱 가지 종목이 있다. 단체경기에서는 개인의 능력보다는 팀워크를 중요시 하는데 특히 조정의 경우 더욱 그렇다.
조정은 노 젓는 박자가 일정하지 않으면 동료의 노와 부딪쳐서 경기를 망치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농구나 야구는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가 있지만, 조정에 에이스가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한다.
 조정엔 오직 끈끈한 조직력과 견고한 응집력이 있을 뿐이다. 또 선수 개개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제 속도를 낼 수도 없다. 이렇듯 조정은 배려를 바탕으로 조직력이 요구되는 종목이다. 때문에 인성교육을 하는데 있어 최적의 스포츠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학교와 직장 내 집단따돌림이나 폭력 등의 문제를 조정을 통해 해결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해본다.
 이제 불과 십여 일만 있으면 이곳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은 지구촌 80여 개국에서 모여든 2,300여명의 젊은이들로 꽉 차게 될 것이다.
 이들은 개인의 영광은 물론 자국의 명예를 걸고 그동안 갈고 닦아온 실력들을 뽐내며 최선을 다해 팀워크를 발휘하여 함께 노를 저어 나아갈 것이다. 모처럼 맞은 이번 기회에 가까운 친구나 직장동료와 함께 2013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를 찾아 배려와 팀워크의 스포츠인 물위의 마라톤 ‘조정’의 진수를 꼭 함께 느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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