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신성대학교 복지행정과 교수)

 얼마 전 ‘몸이 아픈 아내를 15년간 간호해 온 80대 노인이 아내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중태에 빠졌다’는 안타까운 뉴스를 접했다. 연로하신 부모님과 건강이 좋지 않은 장인장모가 생존해 계신 입장에서 노인자살과 관련된 보도는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하게 살지 못할 경우 그것은 노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자식에게도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노인자살은 신체적·정신적 상태, 배우자 유무, 경제적 상태, 가족형태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발생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원인은 뉴스에서 나온 것처럼 육체적 질병 때문인 경우로 나타났고 이어서 치매나 우울증 등 노인들의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정신질환 그리고 생활고, 배우자의 사망, 가족해체 및 가족과의 불화, 지지체계 부재 등 사회·환경적 요인으로 나타났다. 사실 젊은이도 견디기 힘든 만성 또는 중증 신체질환으로 인해 고통을 받을 경우 노인들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세상과의 인연을 끊는 경우가 많다. ‘행복전도사’로 잘 알려진 방송인도 루프스질환이라는 신체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남편과 함께 동반자살하였던 사례는 이를 증명한다. 또한, 육체적으로 힘들 경우 심리적·정신적 상태도 약화되어 깊은 우울감이나 고독, 외로움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삶을 포기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11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조성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으나 아직 시행초기라 법에 근거한 각종 사업의 체계적인 추진 및 관리,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런 점에서 무엇보다도 먼저 경찰청, 통계청, 보건복지부 등이 연계하여 자살 원인 파악을 위한 조사 및 DB 구축을 하고, 이러한 제반 자료가 갖춰지면 이를 바탕으로 개입대상과 개입수준을 정하여야 할 것이다. 즉, 정부는 모든 국민에 대한 자살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되 특히 고령층에 대한 특성과 자살원인을 파악하여 이에 적합한 사업을 추진하여야 한다. 따라서, 노인의 자살예방을 위한 표적집단을 설정함에 있어서 주관적 경제적 수준이 낮거나 혼자 살고 있는 노인 그리고 배우자나 자녀가 아닌 사람과 동거하고 있는 노인들의 경우 일차적으로 자살생각을 평가하고 이에 대한 개입을 하여야 한다. 또한, 혼자 사는 노인일 경우에도 신체적 및 정신적 건강 수준에 따라, 또 문제해결정도 및 고독감이나 사회적 지지의 정도에 따라 자살생각의 정도가 달라지므로, 이들이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을 증진시키고,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키며 사회적 지지를 강화시켜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서 자살예방프로그램을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개입수준과 관련하여 정부차원에서 제도적 및 정책적 노력을 하는 거시적 접근과 가족 및 지역사회에서 네트워크를 통해 개입하는 중간적 접근 그리고 자살생각 및 자살시도를 한 개인에 대한 개별 치료와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미시적 접근이 있다. 자살이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자살과 관련된 개인을 발견하고 치료하는데 집중하는 미시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자살이 한 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반영하는 사회적인 특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거시적 및 중간적 접근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따라서 자살 예방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중앙과 지역, 단위기관을 연계한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자살 예방을 위한 상담 등을 위한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하여야 한다. 이밖에 지역별 자살원인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이와 연계하여 지역에 맞는 자살예방사업을 추진하여야 하며, 특히 4-8월 중에 자살이 많이 발생하는 특성을 감안하여 계절에 따른 예방대책도 마련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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