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타래처럼 꼬인 정국이 영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풀릴 기미는커녕 아직도 칠흑 같은 어둠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청와대의 5자회담 제안을 거부하고 김한길 대표가 당초 제안한 1 대 1 영수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민주당의 거절에 "유감스럽다"면서 "청와대는 문을 열어놓고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회담 형식을 놓고 서로 밀리지 않겠다며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정치권의 모습은 그저 실망스러울 뿐이다.'
여야 영수회담을 바라는 민주당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제안한 대통령과 여야대표의 '3자 회담'까지는 수용할 수 있지만 여야 원내대표들이 참여하는 '5자 회담'은 못 받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단 둘이 만나야 하지만 정 여야 영수회담 형식이 아니라면 여당 대표를 포함시키는 것은 양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회동의 형식과 의전에 매이지 않겠다고 공언하긴 했으나 원내대표들까지 자리를 같이하면 국회 현안들로 인해 국정원 문제에 집중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정국의 한 축으로서 대통령과 직접 담판 짓는 그림을 원하는 모양이다. 청와대는 국회 처리를 앞두고 있는 적잖은 민생 입법까지 고려해 야당과의 정쟁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국정전반을 여야와 두루 논의하는 소통의 자리를 마련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청와대와 여야가 회동형식을 두고 이렇듯 유불리를 따져가며 치밀한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는 사이에 전세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고 이래저래 민생은 힘들고 고달프다. 국정원 국정조사 기간이 23일까지 8일간 연장됐지만 댓글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은 차치하고 여야가 다 같이 공언한 국정원 개혁 방안 마련도 하세월이다. 대신 국정원 기관보고에서 의원들의 막말이 터져 나와 불필요한 논란만 가열되고 있는 것이 부끄러운 여의도 정치의 현주소다. 회동의 격과 형식을 두고 시비를 계속하는 것이 누구에게 득이 되는지 묻고 싶다. 느닷없이 장외로 뛰쳐나가 양자회담을 고집하는 야당이든, 5자회담에서 물러서지 않는 청와대든, 야당으로 하여금 장외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한 정치력 부재의 여당이든 엄중한 상황인식만은 제대로 해주기 바란다.'
어떻게 하면 하루빨리 정국을 수습하고 민생을 보살피는 일에 매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대통령과 여야가 해야 할 일이다. 서로 짝이 맞지 않는 패를 들고 정국을 더 꼬이게 해선 안 될 것이다.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을 대화의 테이블로 불러들일 방책을 강구하고 야당은 천막당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을 게 아니라 천막을 접고 원내로 복귀해야 한다. 청와대와 여야는 하루빨리 얽히고설킨 정국을 정상화해야 한다. 찌푸린 서민의 얼굴을 떠올려 보면 해법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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