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제구로 '161㎞' 광속구 투수 마르티네스 한 수 지도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왼손 투수 류현진(26)이 변화무쌍한 변화구로 시즌 22번째 선발 등판 만에 마침내 원정 경기 징크스를 넘었다.

류현진은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강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솎아내며 1점만 줬다.

중견수 앤드리 이시어의 어이없는 중계 실책으로 점수(비자책점)를 헌납했으나 류현진은 12번째 방문 경기 등판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고 5연승과 함께 시즌 11승(3패)째를 수확했다.

원정 경기에서 처음으로 자책점을 남기지 않은 류현진은 올 시즌 방문 경기에서 6승 2패, 평균자책점 4.09를 기록했다.

4월 26일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7이닝 동안 삼진 8개를 곁들이며 3피안타 1실점으로 잘 던지고도 승리를 얻지 못한 당시와 달리 류현진은 이날 볼넷 1개 없는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징크스에서 벗어난 원동력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 등 타자들의 눈을 홀린 변화구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변함없이 효과를 발휘했다.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왼쪽 타자 몸쪽에 박히는 체인지업도 정교함과 파괴력을 동시에 갖춘 세인트루이스 타선을 꽁꽁 묶기에 손색이 없었다.

슬라이더의 각도는 커브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예리함을 자랑했다.

지난달 28일 신시내티와의 경기부터 왼손 타자를 겨냥해 던지기 시작한 체인지업은 몸쪽에서 싱커처럼 가라앉아 큰 위력을 보였다.

최고 시속 150㎞짜리 직구를 던진 류현진은 143∼145㎞짜리 직구만으로도 거푸 땅볼을 유도하며 경기를 쉽게 풀어갔다.

류현진의 변화구에 타이밍을 뺏긴 타자들이 그리 빠르지 않은 직구에도 느리게 반응하다 보니 땅볼로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류현진은 땅볼 9개를 낚고 뜬공으로 아웃카운트 2개만 잡았을 정도로 세인트루이스 타선을 농락했다.

이날 허용한 안타 5개도 모두 단타였을 만큼 세인트루이스 타선은 류현진의 공을 외야로 띄우지 못했다.

유일한 위기이던 2회 무사 1,2루에서 존 제이를 3루 땅볼로 처리한 뒤 로브 존슨을 2루수 병살타로 잡을 때 사용한 필살기도 슬라이더, 체인지업이었다.

시즌 20번째 병살타를 잡은 류현진은 내셔널리그 투수 중 이 부문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스트라이크 내외곽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칼날 제구를 선사한 류현진과 광속구 투수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와의 어깨 대결도 흥미로운 볼거리를 줬다.

류현진은 빅리그 첫 선발 등판한 마르티네스에게 '구속보다 컨트롤이 먼저'라는 진리를 한 수 가르쳤다.

류현진의 가장 느린 직구(시속 143㎞)와 마르티네스가 던진 가장 빠른 볼(161㎞)의 격차는 시속 18㎞에 달했다.

마르티네스는 초반부터 시속 155㎞ 이상 직구만으로 다저스 타선에 맞섰으나 흔들린 제구 탓에 투구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힘이 빠지자 구속이 자연스럽게 줄었고 5회 A.J. 엘리스에게 몸쪽 밋밋한 직구(151㎞)를 던졌다가 왼쪽 스탠드에 꽂히는 3점 홈런을 맞고 KO 됐다.

이에 반해 류현진은 농익은 완급 조절로 시즌 16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 투구)를 벌이고 제 몫을 했다.

3회 세 타자를 모조리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4회 투아웃까지 5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한 장면에서 류현진의 노련함을 읽을 수 있다.

직구와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 체인지업 2개, 커브 1개로 세 타자를 잇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운 그는 4회에는 공격적인 투구로 두 타자를 땅볼로 잡고 호투의 발판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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