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100m 정상 탈환…9초77

'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27·자메이카)가 다시 한 번 단거리 3관왕의 위업을 재현할 준비를 마쳤다.

12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4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전은 줄줄이 자신의 시대를 마감한 스타들 사이에서 볼트만이 건재하다는 사실을 고스란히 증명해 보인 무대였다.

볼트는 9초77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2009년 베를린 대회에 이어 두 번째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동안 굵직한 무대에서 보여준 기록과 비교한다면 만족스럽다고 보기는 어려운 기록이지만, 자신이 압도적인 스프린터라는 것을 증명하기에는 충분했다.

볼트의 독주는 대회 시작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그동안 부단히 볼트의 뒤를 쫓던 2인자들이 약속한 듯 사라졌기 때문이다.

올 시즌 가장 좋은 기록을 내며 2007년 오사카 세계대회 3관왕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벼르던 타이슨 게이(미국)는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무너졌다.

아사파 파월(자메이카) 역시 같은 시기에 도핑테스에서 적발돼 낙마했다.

2011년 대구 세계대회 금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은메달을 차지해 '포스트 볼트'로 기대받던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도 부상에 발목을 잡혀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볼트 역시 올 시즌 최고기록이 9초85에 그쳐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그 정도로도 4년 만에 왕좌를 되찾기에는 충분했다.

이날 볼트와 나란히 출발선에 선 선수 가운데 올 시즌 9초90의 벽을 깨 본 선수는 네스타 카터(자메이카·9초87)와 저스틴 게이틀린(미국·9초89) 두 명뿐이었다.

올해 6월 볼트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한 적이 있는 게이틀린은 이날 시즌 최고 기록인 9초85를 기록했지만 집중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볼트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게이틀린은 이날 레이스 중반까지 볼트와 선두를 형성하며 역주를 펼쳤지만 압도적인 가속도 앞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볼트가 첫 관문인 100m를 통과하면서, 또 한 번 단거리 3관왕의 위업을 이룰 가능성도 상당히 커졌다.

두 번째로 출전하는 200m는 볼트의 주종목이다. 올 시즌 다소 주춤했던 100m와 달리 볼트는 이 종목에서는 시즌 1위 기록(19초73)을 지키고 있다.

갑작스러운 부상 등의 이변이 없는 한 200m에서는 볼트가 무난히 세 대회 연속 정상에 오르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예상이다.

볼트가 맞을 이번 대회의 마지막 관문은 400m계주다.

이 종목에서는 자메이카와 미국이 호각을 이루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양국 모두 전력 누수가 심하다 보니 결과를 예상하기 더욱 어렵다.

하지만 100m 결승전을 본다면 자메이카의 우위를 점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출발선에는 무려 4명의 자메이카 선수가 자리를 잡았다. 반면 미국은 게이틀린과 마이크 로저스 두 명만을 결승에 내보냈다.

결과 역시 자메이카의 승리였다.

볼트가 우승한 것을 필두로 네스타 카터(9초95)가 3위, 케마르 베일리 콜(9초98)과 니켈 아슈미드(9초98)가 4∼5위에 포진했다.

미국은 게이틀린이 은메달을 따내 자메이카의 '메달 싹쓸이'는 막았지만 로저스가 10초04의 기록으로 6위에 머물러 계주 결과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볼트가 여세를 몰아 3관왕에 오른다면 세계선수권대회 통산 8개의 금메달을 수확해 역대 최다관왕인 칼 루이스(미국·8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