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앱 유포…소액 결재 피해
중국 조직 연계…경찰수사 확대

인기 TV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코너인 황해의 스미싱판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악성코드가 포함된 동창회 초대나 청첩장 등의 문자메시지로 억대 소액결재사기를 친 일당이 검거된 가운데 미끼 문자메시지에 조선족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억대 소액결재사기단 검거
충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3일 억대 소액결재사기 일당인 김모(55·국내 총책)씨 등 4명을 컴퓨터 등 사용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13일부터 지난달 4일까지 중국 등 해외서버를 이용, 모바일 청첩장이나 동창회 초대장, 무료쿠폰 등으로 위장한 스미싱 문자메시지를 유포한 뒤 490명의 스마트폰 인증번호 등을 얻어 11000만원의 소액결재를 유도한 혐의다.

이들은 미끼 문자메시지에 심어진 악성코드(APK파일)와 연동된 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피해자가 미끼 메시지를 클릭하면 스마트폰에 악성앱을 설치, 인증번호를 빼내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얻어낸 인증번호로 게임 사이트 등에서 소액결재로 아이템이나 상품권 등을 사들였고, 이들 되파는 방식으로 환전 세탁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중국 칭다오(靑島)에 스미싱 조직을 따로 운영, 프로그래머 등 기술팀과 문자메시지 발송팀은 중국에, 국내에는 환전·세탁팀을 두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국내 총책 김씨가 중국의 다른 스미싱 조직과 교류를 갖고, 국내 범행을 지휘한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김씨와 연계된 또 다른 국내 스미싱 조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조선족 관여황해현실로?
TV 프로그램에선 조선족이 어설픈 보이스피싱을 흉내 내는 모습으로 공연을 하지만, 현실에선 조선족들이 금융정보를 빼가는 스미싱·파밍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경찰에 적발된 스미싱 사기조직은 중국 범죄조직과 공모, 스미싱 사기를 벌여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조선족은 스미싱에 필요한 문자메시지를 만들어 보내거나, 파밍을 유도하는 은행사이트에 문구를 만드는 등의 활동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적발된 스미싱 사기조직이 보낸 청첩장 문구 등에서도 맞춤법 표기에 맞지 않는 어눌한 표현들이 눈에 띄었다. 이를테면 모바일 청첩장이 도착하스닙다’, ‘도착 하있습니다등과 같은 표기다. 경찰은 일부 조선족들이 어색한 한국어 문자메시지를 작성하며 생긴 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그러나 이들 조선족들을 스미싱 사기조직일원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문자발송이나 해외서버 관리 등은 국내 총책이 맡고, 조선족들은 순진하게 이용당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 보이스피싱 외에 조선족 등이 중간책이상으로 활동하다 검거된 사례는 없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에 서버를 두고 국내 사기범행을 저지르는 조직 등에서 한국어를 하는 값싼 인력으로 조선족들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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