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팅 15개 0-0 무승부 -"유럽파·비유럽파 경쟁구도 못 만든 게 문제될 수도"

홍명보호가 새 공격수들을 대거 투입했으나 끝내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난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의 평가전에서 파상공세를 펼치고도 득점하지 못했다.

결과는 슈팅 15개에 0-0 무승부였다.

한 수 위의 상대로 평가된 페루의 정예군단을 맞아 실점하지 않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홍명보호의 출범 때부터 유지한 스타일인 강력한 압박은 이번에도 무실점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데뷔 무대이던 지난달 동아시안컵대회 3경기에서 1골에 그친 득점력 부족은 심각한 문제로 다시 부각됐다.

한국은 김동섭(성남 일화), 이근호(상주 상무), 윤일록(FC서울), 조찬호(포항 스틸러스)로 선발 공격진을 구성했다.

압박을 통해 볼을 빼앗고 상대 골문까지 빠르게 전진하는 플레이는 역동적이었으나 마무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상대 골키퍼에게 막히거나 크로스바, 골대를 빗나가거나 머뭇거리는 사이 수비진에 봉쇄되는 상황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됐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홍명보호가 강한 압박, 빠른 공수전환, 끈질긴 투쟁심과 같은 색깔을 지킨 것은 소득이지만 그 외에는 만족스러운 부분이 별로 없었다"고 평가했다.

김동섭, 이근호, 조찬호, 윤일록, 임상협, 백성동, 이승기 등 공격수들이 개인기량으로 득점하려는 데 집중했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는 결국 팀의 무득점, 유럽파와 경쟁할 공격수로 낙점될 선수가 나오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신 교수는 동아시안컵대회와 이날 골 결정력 부족이 홍명보 감독이 자신의 비전을 실천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전문가와 언론의 지적이 잇따를 수 있는 상황"이라며 "홍 감독이 유연성을 갖고 자기 색깔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 교수는 비유럽파와 유럽파 공격진의 경쟁구도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직전까지 이어갈 동력이 사라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그간 대표팀의 문제 가운데 하나로 꼽히던 유럽파와 비유럽파의 알력을 튼실한 경쟁체제를 통해 불식할 수 있지만 그 기회를 놓쳤다"고 분석했다.

한국 대표팀에는 그간 비유럽파와 유럽파의 경쟁구도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유럽파 위주로 대표팀이 운영된 까닭에 소외된 선수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이는 곧 내부 알력이나 조직력 부족으로 나타났다.

홍 감독은 9월에 열리는 A매치에서부터 유럽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을 대표팀에 합류시키기로 했다.

유럽에는 박주영(아스널), 지동원(선덜랜드), 손흥민(레버쿠젠), 김보경(카디프시티), 이청용(볼턴), 구자철(볼프스부르크) 등 공격자원이 많다.

홍 감독은 "골을 못 넣었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운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득점력이 우수한 선수를 기용해 골 결정력을 높이는 방안에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홍명보호가 유럽파가 포진한 전열로는 골 결정력 부족을 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 감독은 독일에서 뛰는 공격수들을 보기 위해 16일 출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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