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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예절
종교와 예절
  • 동양일보
  • 승인 2013.09.09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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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많은 문제를 발견한다.
특히 생활양식과 규범에 따른 차이가 때로는 사람을 곤혹스럽게도 한다.
지난 금요일에는 다문화가정 예절 교육을 하였다. 교육관에 모여서 절하는 법과 다도 등을 공부하였다.
이날은 미국에서 온 쟈니가 참관하여 자신의 체험담과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미국남자로서 한국에서 겪은 어려운 점과 한국에 시집와서 겪는 어려움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어 재미있는 토론이 진행되었다.
이날은 좌식문화가 중심 소재였다.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가부좌로 앉든지 양반자세로 앉아야 한다.
미국에서 의자에 주로 앉아서 생활하던 쟈니에게 양반자세는 너무나 어려웠다. 차를 마시는 방법도 지나치게 번거롭다고 했다. 커피 마시듯이 조금씩 마시면 되는 줄 알았는데, 차를 끓이는 방법부터 예절이 지나치게 까다롭단다. 그는 편한 서양생활에 익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예절을 중요시하는 우리 민족과 편한 대로 살아온 미국인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다문화가정의 여성들은 쟈니에 비해 비교적 잘 적응했다. 큰 절 할 때 앉았다 일어나는 것이 어렵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굴럼전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유학온 남학생이다. 어려서부터 이슬람문화에 젖어 있어서 한국의 종교생활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아내와 함께 한국에 살면서 통역과 번역 등의 일로 아내와 함께 산다.
그의 아내는 임신 중이라 입덧이 심해 하루 종일 힘들어 하였다. 결국 본국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한국의 병원비가 너무 비싸서 그의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 그들은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갔다가 내년에 복학할 것이다. 그들은 다문화가정은 아니지만 한국에 적응하고자 부단히 노력한 가정이다. 그들이 한국인과 교제하는데 가장 힘든 것은 종교적인 문제였다. 하루에 다섯 번씩 기도하는 것과 서쪽을 보고 절하는 것을 이해하는 한국인은 별로 없다. 특히 낮에 일하다 말고 사라지는(?) 젊은이를 이해하는 사장님은 드물다. 매번 기도하러 간다고 할 수도 없어서 슬그머니 사라졌다가 오는 것이 한국인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다른 동남아인들은 불교적 성향이 짙어 종교적인 면에서는 어려움이 없는 듯이 보였다. 다만 한국인의 다도는 일반인들도 잘 모르는데 다문화가정의 여성들이 얼마나 잘 이해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였다.
곧 추석이 다가온다. 매년 이맘 때가 되면 다문화가정의 여성을 한 자리에 불러서 꽃송편을 만들고 맛깔나는 차례상을 차리는 법을 가르쳐주곤 하였다.
금년에는 실용적인 차례상 차리는 법을 진행하려고 한다. 일반 가정에서는 일반적인 송편을 만드는 것이 통례이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고급스러운 것은 학문적 수준이지 생활이라고 할 수 없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어머니의 동치미 담그는 기술이다.
양반의 격식있는 다도도 중요하지만 변해가는 한국의 문화에 적응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은 벌초도 동남아 청년들을 불러다 대행하는 세상이다. 바쁜 일상과 위험한 일에 대한 거부감으로 벌초까지 외국인이 대신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벌초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이 과도기라고 할 수 있다. 과도기에는 그에 합당한 문화가 존재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가르치고 있는 한국문화가 어느 단계인가 반성할 필요가 있다.
가부좌를 틀고 앉지 못하는 쟈니에게 양반자세를 고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기도를 열심히 하고 사는 굴럼전에게 기도를 끊으라고 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녹차보다는 커피를 좋아하는 다문화가정의 여성들에게 다도를 가르치는 것도 얼마나 효용성이 있는가 모르겠다.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이들에게 한국인의 문화만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한국의 문화를 교육하고 이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우리도 이들을 억지로 가르치려고만 하지 말고 이들의 문화를 적당히 수용할 수 있어야겠다.  가족을 중하게 여기고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마음은 동서양이 비슷하다. 다만 우리는 겉으로 보이게 행동하며 외국인들은 가슴 속에만 넣어두기 때문에 차이가 있어 보인다.
새삼 통섭과 융화의 세계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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