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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 이 가을에는
아뿔싸, 이 가을에는
  • 동양일보
  • 승인 2013.09.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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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연극인·충북예총 편집장)


김태복(서양화가) 작, ‘비-몽(飛-夢)’


아뿔싸, 이 가을에는
박현진 (연극인·충북예총 편집장)


“이게 얼마만예요? 반가워요!”
한 눈에도 얼마나 반가운지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격앙된 목소리와 환한 웃음으로 그쪽이 내 손을 잡는다.
“아, 네. 어떻게 지내셨어요?”

얼떨결에 대답은 했지만 선뜻 떠오르는 필름이 없다. 10년 전, 20년 전 일을 얼마나 깊고 크게 간직했던지 아님, 끄집어내는 것만으로도 세월의 무게가 버거웠던지 급기야 그쪽이 눈물까지 글썽인다. 민망해서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나. 아무리 사람을 잘 기억 못하는 편이라고 해도 그쪽은 어제 만난 사람인 양 또렷한 영상으로 날 반기는데 내 파편은 왜 어둠뿐일까.

한참의 수다 후에 돌아서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순간, 둔기로 세게 얻어맞은 듯 어지럼증이 덮쳤다.
아뿔싸! 습관이 아녔다. 무심함이 아녔다.

잊었다. 잃어버린 게다.

치이고 받히는 게 두려워 사람을 멀리하기 시작한 어느 틈엔가, 섞이지 않으면 상처도 없겠지 적당한 거리를 두며 살아온 어느 틈엔가 요식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게다. 마음 없이 주고받는 관계에서 공유할 감정이나 기억이 남아 있을 리 만무한 걸. 어느 틈엔가 ‘사랑하는 느낌’을 잊고 ‘사람’을 잃어버린 게다.

갈바람에 가슴 한켠이 뻥 뚫린 듯 시려온다. 어리석은 중년이 부끄러워지니 슬며시 꿈틀대는 그리움.

다시 속고 또 아플지라도 한 번 더 부딪쳐 볼까.

다시 ‘사람’을 사랑해 볼까, 이 가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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