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을 낸 것이 2000년이었습니다. 막 사무관으로 승진했을 때라 이제부터는 도민들의 세금으로 생활하는 지방공무원으로서 공직 하나에만 전념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퇴직하고 이제야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다시 책을 내게 됐습니다.”

김기원 충북문화재연구원 사무국장이 최근 시집 ‘행복 모자이크(오늘의 문학사)’와 칼럼집 ‘사랑하면 보인다(오늘의 문학사)’를 동시에 펴냈다.

두 권의 책은 각각 ‘행복’과 ‘사랑’이라는 단어로 대변된다. 행복과 시집, 사랑과 칼럼의 조합은 어쩐지 이질적이다. 김 국장은 “사랑해서 행복하고 행복해서 사랑하는 것”이라며 “형식이 다른 두 권의 책이지만 사랑과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기저에 깔고 하나로 묶어 연관성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2000년 첫 번째 시집 ‘무심천 개구리’를 발간한 후 13년간 틈틈이 써 온 시 145편이 이번 시집에 담겼다. 시집은 6부로 나뉜다. 1부 ‘웃는 부처’에서는 스치듯 무심히 넘겨 버리는 작은 일상에 의미를 부여한다. 병실에서조차 놓지 않았던 시심이 2부 ‘건강검진’에 담겨 있다. 3부 ‘얘기꽃’을 통해 김 국장은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사회를 꿈꾼다. 4부 ‘불꽃놀이’, 5부 ‘탁구를 치며’에는 각각 12편, 10편의 연작시가 실렸다. 김 국장은 첫 시집에서도 20편의 ‘무심천 개구리’ 연작시를 선보인 바 있다. 6부 ‘별에게’를 통해 손녀를 비롯한 가족과 이웃, 친구에 대한 사랑을 시로 풀어냈다.

‘향기가 있는 칼럼’을 지향하는 칼럼집은 지역 언론사에 연재·기고한 글을 모아 엮은 것. 지금의 시각으로 짜깁기하는 것은 바른 자세가 아니라는 믿음으로 원본에는 일체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한다.

시인이자 34년간 공직 생활을 한 공무원으로서 그는 충북도와 충북의 문화예술에 대한 직언을 서슴지 않는다. 진정 어린 비판 뒤에는 대안이 따른다. 그 안에 진한 애정이 녹아 있음은 물론이다. 추후 김 국장은 충북에 기여한 사람들과 문화예술인 100명을 선정해 그들의 발자취를 쫓고 삶을 조명하는 글을 쓸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19일 청주 선프라자 컨벤션센터에서는 시집과 칼럼집 출간을 축하하는 ‘출판기념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지역 예술인들이 재능 기부로 다채로운 축하 공연을 선보여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34년간 공직 생활을 하며 저를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번 출판기념회는 이들에 대한 감사의 고백입니다. 또 공무원의 생각과 어쭙잖은 문인의 마인드에서 벗어나 제대로 글을 써보겠다는 대외 선언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김 국장은 경북 안동 출생으로 청주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8년 충주시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 충북도 건설·농산·문화예술과장 등을 지냈다. 1995년 ‘오늘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2003년 문학사랑 본상을 수상했으며 행우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