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어 아이들은 행복하다. 밤늦더라도 언제든 책을 빌릴 수 있어 직장인들은 다행이다. 집 가까운 곳에서 공부할 수 있어 학생들은 안심이다.
365일 불 꺼지지 않는 도서관. 청주 퀸덤도서관 얘기다.
청주 산남동 퀸덤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이곳은 지난 2007년 산남동의 8개 아파트 단지 중 처음으로 생긴 작은도서관이다. 오전 9시부터 밤 10(독서실의 경우 밤 12)까지 열려 있고, 연휴에도 쉬지 않는다.
초창기에는 시행착오도 많았다. 운영 인력을 구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던 것. 처음 총대를 멘 백주영 입주자대표회장은 시스템 구축을 위해 숱한 밤을 새워야 했다. 책을 분류하고, 한 권씩 라벨을 붙이고, 컴퓨터에 입력하는 작업을 모두 혼자 했다. 아파트 게시판에는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가 몇 번씩 붙었다 떨어졌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이곳을 거쳐 갔고, 이종복씨가 관장을 맡게 된 건 지난 2011년부터다.
인력 부족의 어려움은 무인시스템으로 극복한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작은도서관들에게 좋은 모범 사례가 될 만하다. 대출과 반납은 이용자가 모두 직접 한다. 대출을 할 때는 전표에 회원증과 책의 바코드번호를 기입해 도서대출 전표함에 넣고, 반납은 도서반납함에 책을 넣는 것으로 끝난다.
이를 위해 도서관이 아파트 관리실과 마주 하는 곳에 위치하도록 했고 각 공간마다 CCTV를 설치했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통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간혹 책이 파손되기도 하고 분실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도서관은 이용을 하는 곳이지 책을 보관하는 곳은 아니라는 것. 그러므로 책이 몇 권 분실된다고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이종복 관장의 지론이다.
도서관은 책사랑방(열람실)과 글사랑방(독서실)로 나뉜다. 55개의 좌석을 갖춘 글사랑방은 중고등학생들의 시험 기간 2주일 전부터 만원이 된다. CCTV로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엄마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책사랑방에 비치된 장서는 5000여권. 규모는 크지 않지만 책 구성은 꽤 알차다. 우수도서들과 스테디셀러, 신간도 꽤 눈에 띈다. 복권기금 문학나눔사업 등을 통해 해마다 500600만원 상당의 도서 지원을 받고 있는 덕분이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책을 신청하면 그 때 그 때 자체적으로 구입하기도 한다. 운영비는 게시판 광고수익, 재활용품 수거비 등 아파트 잡수익으로 해결한다.

초기에는 특색 있는 프로그램들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논술, 중국어, 바둑, POP 등의 기본 프로그램만을 운영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전문 강사의 수업을 들을 수 있어 아파트 입주민들의 호응이 좋은 편. 초등학교 1학년생부터 중학생까지 지도하는 논술반은 특히 인기가 높다. 평소 수학을 좋아하고 문제 풀이를 즐기는 이 관장이 직접 수학과 인생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든 적도 있다. 수학을 통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설명하고 규명하려는 거창한 목표는 결국 수강생들의 저조한 참여로 접어야만 했다며 이 관장은 허허롭게 웃었다.
20평 남짓한 열람실의 작은 공간은 끊임없이 북적였다. 그 중에는 자격증 시험공부를 앞둔 주부도, 70일 된 아기를 업고 온 아기 엄마도, 책 읽는 것보다 친구와 장난치는 것만이 마냥 즐거운 초등학생도 있었다. 엄마들은 자연스럽게 아이 이야기를 꺼냈고, 처음 만난 아이들은 금세 친구가 됐다. ‘작은도서관은 주민의 사랑방이라는 이 관장의 말이 실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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