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카드 신상품 '훈민정음' 광고서 세종대왕역






"조선왕조의 황손이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아닌 유구한 역사의 살아있는 뿌리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조선왕조의 마지막 황손으로 불리는 이석(72) 황실문화재단 총재는 1KB국민카드의 신상품 광고 모델 제의를 승낙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요 '비둘기 집'을 부른 가수로도 유명한 이씨는 고종의 손자이자 고종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의 11번째 아들이다.

KB국민카드는 신상품 '훈민정음 카드'의 광고에서 세종대왕의 모델로 이씨를 발탁했다. 그는 최근 문경새재와 부안에서 이틀에 걸친 촬영을 마쳤다.

광화문 앞에 자리를 잡은 세종대왕 동상을 만드는데는 이씨의 얼굴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동상 제작자가 세종대왕 초상화에 나온 용안이 유약한 느낌이 들어 고심하던 차에 텔레비전에 나온 이씨의 얼굴을 보고 동상의 형상을 만들어 나갔다는 것이다.

이씨는 "지금까지 광고모델 제의는 많았지만 칠십 평생에 걸쳐 이런 제의들을 거절했었다"면서 "생계가 어려웠으나 조선의 황손으로서 뜻이 없는 일에 참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광고는 그 뜻이 깊어 출연하기로 했다""얼굴에 화장하고 이틀간 밤을 꼬박 새우고 찍었는데 프로듀서가 아주 잘한다고 칭찬했다"고 웃었다.

그가 세종대왕으로 출연한 광고는 KB국민카드의 신상품이 출시되는 2일부터 각종 방송·인쇄·온라인 매체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한 그의 삶은 '왕실 경험에 이은 미국 불법이민과 고국에서의 노숙자 생활'로 요약된다.

남들과 다른 신분을 타고난 그의 삶은 평탄치 못했다. 1955년 아버지인 의친왕이 돌아가신 뒤 방황하며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월남전에 참전해 부상까지 당했다.

이후 가수로 활발히 활동했지만 1979년 혼란한 정국 속에서 신군부에 의해 미국으로 '쫓겨가듯' 건너가 불법 체류하며 또다시 극심한 생활고가 시작됐다.

그는 1989년 고국으로 돌아왔으나 경제적인 어려움과 심적인 상실감으로 아홉 번이나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씨는 "어느 날 어른 없는 나라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돈에 굴하지 않고 평생 황실의 역사와 전통을 보존하며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있을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 후 이씨는 조선의 발상지인 전주에 보금자리를 트고 역사학자들과 함께 황실문화재단을 세워 전국을 돌며 역사 강의를 펼치는 등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에도 힘쓰고 있다.

"성군으로 칭송받는 세종대왕 역할을 했을 때 가슴이 뭉클했어요. 돈벌이는 관심 없습니다. 과거가 없는 국민에게는 꿈도 없다고 생각해요. 세계적으로 황실이 남아 있는 42개 국가는 하나같이 부강한 나라예요. 상징적이나마 황실이 복원돼 궁궐에서 관광객과 국민을 만나며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게 유일한 제 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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