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자/ 수필가

  청주시의 노인인구가 6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인구는 더욱 두터워졌다. 이제 100세 시대라고 하니 노인은 점점 늘어만 갈 것이 틀림없다.

   요 며칠 그것을 실감 한다. 어르신들의 건전하고 행복한 노년을 위한 복지증진과 여가선용, 건강단련을 위한 시설인 노인복지관에서 1년 동안 운영할 각종 프로그램의 희망자를 접수 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해마다 12월 초순이면 한벌초등학교 정문을 지나서 충북도노인복지관까지 가는 오르막길에 혼자서 또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오르내리는 어르신들이 줄을 잇는다. 복지회관에서 이루어지는 강좌에 참여하기 위한 신청을 하거나 추첨을 하기 위한 어르신들의 행렬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길을  흥덕로 라는 본래의 이름보다 ‘어르신 길’이라는 별명이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충북노인복지관의 경우 수천 명의 어르신들이 이곳의 강좌와 시설을 이용한다. 주차장에 차를 댈 데가 없을 정도로 초만원이다. 여기서는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며 40여 가지의 프로그램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루어진다. 선착순으로 접수하는 한국무용, 장수춤, 소리장고, 풍물, 사군자, 외국어회화, 각종 악기 다루기 등등 26개 강좌가 열리는가하면 인기도가 높아 지원자가 넘치는 생활댄스, 가곡, 스포츠댄스, 가요, 서예, 건강댄스 등 15개 강좌는 31개 반에서 추첨을 통해서 당첨 돼야만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추첨 경쟁이 치열하다. 어르신들의 생존경쟁인 셈이다. 큰 강당을 가득 메운 몇 백 명의 어르신들이 초조하게 추첨을 기다리는 모습은 장관이다. 모두 당첨되기를 소망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올해 건강댄스의 경우 경쟁률은 3 : 1이 넘었다. 한 반에 70명을 뽑는데 희망자는 230여명이모인 것이니 그 열기가 뜨거웠다.

  어르신들 사이에서 ‘서울대학 들어가기보다 더 어렵다.’ 는 말이 실감날 정도이다. 서울 대학은 성적이 좋으면 합격하지만 추첨이라는 것은 실력이 아니고 그날의 운수에 맞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복불복인 것이다. 당첨이 된 사람은 환호성을 지르지만  추첨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힘없이 발길을 돌려야 한다는 게 안타까운 노릇이다. 1강좌 회비 4만원을 내면 1년 수업이 보장되는 것이니 복불복이라고는 하지만 희망자 모두를 수용할 수 없는 현실이 아쉽다.

   어렵던 시절에 너나 할 것 없이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직장에 매여서, 아이들 성장시켜 사회의 일원으로 세우기 위해 취미활동이나 여가생활은 생각도 못해본 이들이다. 이제 나이  들어 그동안 못해본 것 배우고 싶고, 즐기고 싶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는 없는 것인가. 이런 문제는 예산이라는 걸림돌과 시설 문제 등 간단치 않은 일이겠지만 노인복지를 위하여 시설확충과 운영의 묘를 살려 나갈 수 있는 날을 고대해 본다.

   요즘 어르신들 어떤 면에서는 참으로 행복하다. 배우고 싶은 것, 즐기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복지회관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시내 요소에 위치해 있는 복지관마다 벌어지는 대동소이한 풍경이니 노인복지관 시설이 없었다면 그 많은 어르신들이 다 들 어디로 간단 말인가. 강좌 뿐 아니라 당구장, 탁구장등 오락시설과 도서관, 물리 치료실, 등이  갖추어져 있고 2천원이면 점심식사를 해결 할 수 있는 경로식당도 있으니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 일인가. 건강하기만하면 취미활동이나 여가생활을 누릴만한 기회가 적지 않으니 말이다.

  각종강좌는 배우고 싶다는 학습 요구를 충족시킬 뿐 아니라 회원들 간의 만남과 소통 친목을 도모한다는 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나이들 수록 사람을 만나고 소외 되지 않도록 자신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인 우울증이나 고독사를 막기 위해서도 이런 시설을 최대한  늘리고 이용하도록 권장해야 할 일이다.

  지금 젊은이들도 세월가면 누구나 노인이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전체인구 중 노인인구 비율은  2011년 11.4%에서, 2017년에는 14%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UN분류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가 된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이 노인들을 위한 준비는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노인들을 위한 복지정책이 보완되고 발전하여, 그들이 행복한 사회가 진정한 복지국가가  되는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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