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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야마씨
다카야마씨
  • 동양일보
  • 승인 2013.12.18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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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준(청양군 목면 부면장)

일본에 다녀왔다. 다카야마 씨를 만나기 위해서다. 부산에서 쾌속선을 타고 두 시간 오십분이면 후쿠오카에 닿는다. 그가 사는 다누시마루는 버스를 타고 조금 더 들어가야 하지만 서두르면 점심을 함께 할 수 있는 1일 생활권이다. 요즘은 비수기라 왕복 뱃삯이 5만 9천원이다. 대전에서 부산 내려가는 KTX보다 싸다. 불황에 엔저 덕을 톡톡히 본다.

 다카야마 씨와의 인연은 20여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젊은 시절 수원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일본어 전문과정 교육을 받을 때 현지연수 자유여행으로 후쿠오카를 택했다. 그때 동행한 사람 중 하나와 줄이 닿아 방문했던 곳이 바로 그의 과수원이었다. 사람의 인연이란 묘한 것이다.

 

그는 독특했다. 처음 만났을 때 선물로 김을 사갔었는데 앞으로 서로 오갈 때 선물은 집에서 만든 것으로 하자는 제안을 했다. 사람의 흔적이 들어가야 진짜 선물이 되는 거라며. 그가 제일 좋아하는 선물은 집에서 담근 김치다. 가져가면 보물 다루듯 두고두고 아껴 먹을 정도다.

 

외국 사람과 교류는 만만치 않다. 언어 장벽도 문제려니와 서로에 대한 호감이 없으면 오래 지속하기 힘들다. 경험을 통해 터득한 지혜다. 그와 2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세상을 보는 눈이라든가 취향이 비슷하고 서로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까닭일 것이다.

 

그는 올해 예순넷이다. 아버지가 특파원이셨던 덕에 어린 시절 일찍 영어를 통달했다. 그걸 자산으로 젊은 시절에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 여행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는 그의 여행 철학은 그때 만들어졌다. 그는 한국을 좋아한다. 좋아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인다던가. 그와 얘기를 하다보면 어지간한 한국음식은 거의 줄줄 외는 수준이다. 특히 부산근처 음식에 대해서는 한국인인 나보다 박식하다. 비빔밥을 얘기해도 그냥 비빔밥이 아니라 게장 뚜껑에 비벼먹는 특수 비빔밥 정도가 돼야 그와 얘기가 통할 정도다.

 그는 한국음식을 유난히 좋아한다. 한국음식 투어 친구들을 모집하여 일 년에도 몇 차례씩 부산에 온다. 그가 한국음식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무우절임 몇 개 올라오는 일본 밥상에서 느낄 수 없는 푸짐함 때문이다. 한솥밥을 먹으면서도 반찬을 각자의 접시에 나눠먹을 정도로 깔끔을 떠는 일본사람답지 않은 독특한 취향이다. 언젠가 그는 한국에 와서 보신탕을 먹어보는 게 꿈이라고 했다. 나는 가끔 단골 보신탕 집에 갈 때면 그가 생각난다. ‘오이시!’를 연발할 그의 즐거운 표정이 떠오른다. 음식을 볼 때 사람이 생각나면 좋은 추억이다. 

그는 몇 년 전부터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지역사람들과 그룹을 만들어 한국어 선생님을 모시고 일주일에 두 번 공부한다. 자신만의 공부 방법은 몇 번이고 반복하는 일이다. 인구 2만이 조금 넘는 다누시마루에 한국어 공부 그룹이 있다. 놀랄 일은 아니다. 겨울연가에서 대장금, 최신드라마들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한국드라마 천지다. 어느 정도냐 하면 지상파 방송에서 일상적으로 한국드라마를 방영할 정도다. 한국어가 자연스레 와 닿고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의 생업은 과수원경영이다. 만여 평의 과수원에 거봉포도와 단감을 심었다. 그가 살고 있는 다누시마루의 특산물이 거봉포도와 단감이기 때문이다. 그의 수입은 주로 직거래 소비자들에게서 나온다. 거봉포도 1,500여명에 단감 1,000여명이니 어마어마한 고객이다. 그가 중히 여기는 대상은 입소문을 통해 얻은 신규고객들이다. 그의 농산물을 직접 먹어 본 사람을 통해서 얻은 고객이라야 알짜 단골이 되기 때문이다.

고객관리의 노하우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가끔 자신이 직접 심은 채소로 절임반찬을 만들어 보내기도 한다. 손 글씨로 2,500여 택배송장을 다 쓴다. 지극 정성이다. 자신의 손으로 써서 마음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고객들이 받아 본 택배 송장에 손 글씨는 다를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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