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길 영동경찰서 수사과장 
 
유난히 쌀쌀했던 2월의 어느 날 오후, 어머님이 어디를 가셨는지 보이지 않는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결혼한 자녀들을 일찌감치 도시로 분기시키고 고향 시골머을에서 혼자 살던 어머님이 종일 저놔를 받지 않아 직접 고향집을 왔는데도 집에 어머님이 안 계셔 혹시 마실 나가셨을까 싶어 온 동네를 찾아다녀도 결국 찾지 못하자 다급히 112에 신고를 한 것이다.

신고자인 딸은 거동이 불편하고 정신도 온전치 못한 80대 고령의 노모를 곁에서 모시지 못한 자책과 혹시 무슨 변이라도 당하지 않았을까 걱정되어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즉시 지구대와 타격대, 형사들이 모두 출동해 할머니 찾기에 나섰다. 한쪽에서는 CC(폐쇄회로)TV와 목격자를 찾고, 일부는 갈 곳을 헤메고 다녔다. 다행히도 아침 출근길에 할머니를 보았다는 목격자와 블랙박스 화면을 확보하고 해질녘까지 찾아 헤맨 끝에 마을에서 5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길을 잃고 탈진해 있는 할머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머니를 무사히 찾은 신고자는 눈물을 흘리고, 미국에 살다가 소식을 들은 아들은 일부러 경찰서까지 찾아와 몇 번이고 고맙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3년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인구의 12.2%이고,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홀로 사는 독거노인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6.9%나 된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령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평균수명이 긴 여성들은 전체의 1/3이 75~86세 기간 중 1인가구로 혼자 살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있다(치안전망 2014, 치안정책연구소).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과정에서 소외된 독거노인들이 각종 범죄의 표적이 됨은 물론이고 위와 같은 사건사고에 훨씬 더 취약할 것은 자명하다. 특히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농촌지역에는 몸이 쇠약하고 사리분별능력이 떨어지는데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보호자 없이 홀로 사는 고령의 노인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노인들에게는 가벼운 사고나 사소한 무관심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위와 같은 경우에는 경찰의 신속한 대응으로 다행히 일찍 발견되어 무사하였으나 자칫 조금만 더 늦게 발견되었다면 큰 화를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경찰은 아동·여성에 대한 실종(가출)사건은 물론, 범죄와 관련이 없을지라도 장애인과 치매질환자, 환각물질중독자, 자살의심자 등에 대한 실종, 가출신고가 접수되었을 때에는 발생초기부터 총력 대응하고 있다.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 안타까운 일을 당하기 전에 신속히 찾아내고 애타는 가족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려보내는 것도 범인검거에 못지않은 경찰의 사명임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공정한 법집행자이면서도 주민들이 어렵고 힘든 일을 당했을 때 내 일처럼 가장 먼저 발 벗고 나서는 친절한 이웃이 되고자 한다.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홀로 사는 노인들을 내 부모처럼 생각하면서 안전하고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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