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에게 축제의 시간을 만들어 준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한국선수단의 힘찬 경주의 여운이 잦아들기도 전에 충격적인 외신이 날아들었다.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편파 판정이 국제빙상연맹(ISU)에 의해 1년 전부터 치밀하게 사전 계획된 것이란 주장이다. 미국의 피겨 전문 칼럼니스트인 제시 헬름스는 26일(한국 시각) '스캔들, 사기(Fraud), 피겨스케이팅의 종말(Death)'이란 칼럼에서 "김연아가 받아야 했을 금메달을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메달을 강탈한 것은 바로 러시아의 '날강도 같은 정치집단'과 러시아의 신예 선수들을 돕기 위해 채점시스템을 바꾼 국제빙상연맹의 사전 계획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소치올림픽은 피겨스케이팅이 종말을 고한 때로 역사에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많은 피겨 전문가들과 외신은 러시아 홈 텃세 때문에 김연아가 금메달을 빼앗겼다는 주장을 제기해 왔다. 그런데 미국 피겨 칼럼니스트까지 나서 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이번 판정의 심각성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헬름스는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피겨스케이팅에서 스캔들과 사기극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소치올림픽에서 처럼 터무니없이 표출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역설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리프니츠카야가 애송이 같은 점프에도 엄청나게 부풀려진 점수를 받은 때부터 이미 '거대한 소치 사기극'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김연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의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 점수를 거론했다. 소트니코바는 세계선수권대회서 쇼트프로그램(59.62)과 프리스케이팅(111.36) 점수를 각각 받았는데, 이번 올림픽에선 쇼트(74.64), 프리(144.19) 점수를 받았다. 그는 "소트니코바의 올림픽 쇼트프로그램 연기는 2013년 세계선수권의 완벽한 복제판이었는데 1년 만에 무려 15점 넘게 올랐다"고 비판했다. 1년 전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김연아의 기량은 다른 어린 선수들이 당분간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견고해 심판들이 지난해 12월 그랑프리 파이널 때부터 수준 낮은 점프에 기술수행점수를 몰아주기 시작한 이유였다며, 심판들은 그때부터 무차별적인 점수를 주기로 '쿠데타'를 계획했다고 폭로했다.
지구상 그 어느 일보다도 스포츠가 인간에게 주는 기쁨과 희망은 크다. 관람만으로도 그만큼 만족의 성취감을 만들어 주는 매체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스포츠에서는 올바르게 정한 규칙을 준수하면서 정정당당한 실력으로 정상에 서는 선수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꼴지 에게도 힘찬 격려와 응원을 보내지는 것이다.
북한이 아무리 전 세계에 인민이 천국에 살고 있다고 말해도 수백만 명이 여전히 굶어 죽고 있고, 푸틴과 러시아의 맹목적인 군중이 소트니코바의 연기와 높은 점수에 아무리 환호해도 그것이 금메달이란 가치에는 미칠 수 없다고 헬름스가 비유한 것처럼, 스포츠 정신을 위반하고 위해하는 비정상적인 일부 사람들로 인해 인류의 흥겨운 잔치가 찬물과 오물로 뒤덮여 졌다면 올림픽 정신은 이미 훼손되고 죽은 것이다.
'피겨 편파판정 음모론'이 사실이라면 소치올림픽의 최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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