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이은희씨, ‘결’, ‘전설의 벽’ 출간


등단 10주년을 맞는 수필가 이은희(48·사진)씨가 최근 두 권의 수필집을 펴냈다. 다섯 번째 수필집 ‘결’과 수필미학 선집 ‘전설의 벽’이 그것이다. 2004년 7회 동서커피문학상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씨는 이후 봇물 터지듯 수많은 작품을 쏟아내며 한국 문단에 그 이름을 분명히 하고 있다.

 


● 결
포토 에세이 ‘결’은 2011년 ‘생각이 돌다’를 출간한 뒤 3년 만에 펴낸 책. 2013년 국립청주박물관 사진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씨가 전국을 다니며 직접 촬영한 사진들이 글과 함께 실렸다. 풍성한 다채로운 사진이 수필과 적절하게 배치돼 글맛을 한결 더해준다. 
책에는 37편의 수필이 4부로 나뉘어 담겼다. 1부에는 잊혀지고 있는 옛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실렸다. 작가는 글을 통해 시대의 격변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장인의 흔적과 그들의 정신, 숨결을 느껴보자고 말한다. 2, 3부에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고자 시도한 작품들이. 4부에는 소소한 일상 속에 만난 자연의 모습을 수필로 풀어낸 작품들이 실렸다.
표제작 ‘결’은 ‘그의 몸을 더듬는다’는 에로틱한 첫 구절이 반전의 묘미를 준다. 금강소나무로 만든 물고기 모양 탁자를 통해 자신의 마음결을 돌아보는 자기 반성적인 작품이다. 8회 충북여성문학상 수상작으로 ‘2013 비평가가 뽑은 한국의 좋은 수필’로 선정되기도 한 ‘무’도 만날 수 있다. 남의 자양분을 빼앗아 자기 것인 양 하는 무의 속성을 부모의 고마움을 잊은 이기적인 자식들에 빗댄 작품. ‘무’와 ‘자식’이라는 전혀 이질적인 두 가지의 소재로 ‘부모 공경’이라는 주제 의식을 도출해 내는 작가의 빼어난 필력이 돋보이는 글이다.
이외에도 마치 춤추듯 출렁이듯 매력적인 곡선이 돋보이는 무량수전 지붕선에 주목한 ‘춤추는 처마’, 제주도 오름을 여왕과 공주에 비유한 ‘오름, 오름, 오름’ 등 다채로운 작품들이 실렸다.
이씨는 “삶은 채움과 비움의 연속이 아닐까 싶다. 작가가 되기 전 삶은 욕망을 채우는 일에 익숙한 삶이었다면, 작가가 된 이후의 창작의 생활은 자기 안의 것을 독자에게 내주는 비움의 삶일 것”이라며 “지난 십여 년은 내 안에 있던 것을 세상에 내놓기에 분주했다. 나의 깨달음이 그대가 가는 길에 도움이 되고, 희망이 되길 바라며 글을 지었다”고 밝혔다.
수필과비평사. 239쪽. 1만5000원.

 


● 전설의 벽
“오래된 것을 좋아한다”는 이씨. 그는 수필선집 ‘전설의 벽’을 통해 세월의 흔적이 깊이 스민 옛것에 대한 진한 애정을 드러낸다. 동자석, 토우, 괘릉, 옹기… 심지어 상처로 가득한 빛바랜 양푼까지 작가는 허투루 흘려 보지 않는다. 박제 돼 있던 장인들의 혼은 생생히 살아 숨 쉰다. 
‘전설의 벽’은 계간 ‘수필미학’이 한국 수필 문단의 역량 있는 중견 수필가를 선정해 발간하는 수필미학 선집 세 번째 시리즈다. 그동안 이씨가 발간한 다섯 권의 수필집 중 정수만을 추린 30편의 작품이 담겼다. 특히 4부에는 대표작인 ‘검댕이(동서커피문학상 대상 수상작)’를 비롯, ‘로꾸거 로꾸거’, ‘생각이 돌다’ 등 주요 문예지에서 다시 읽는 문제작으로 거론한 작품들을 볼 수 있어 눈길을 모은다.
이씨는 “평소 고문화재에 관심이 많아 일부러 찾아가 보고 느낀 것을 작품으로 발표하곤 했다”며 “그것을 모아 주제가 있는 수필집을 엮고 싶었는데 그 꿈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내 마음에 드는 작품으로 뽑았는데 돌아보니 부끄러운 부분이 많다”며 “문학의 숲으로 드는 수행 과정이라 여기고, 깊은 통찰력과 혜안을 지닌 작가로 거듭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권대근 대신대학원대학교 문학언어치료학 교수는 작가론 ‘한국혼의 부활과 전통미의 발견’을 통해 “이은희씨의 수필들은 토속적인 한국미를 질펀하게 깔고 있다. 우리네 할머니 같은 그러면서도 항아리 같은 그런 질박한 진실의 미가 있는 것”이라며 “저자가 혼신의 힘으로 그려낸 한국적 수필은 한국 현대수필의 거대한 기념품”이라고 평했다.
이씨는 ‘월간 문학’ 등단작가이며, 수필집 ‘검댕이’, ‘망새’, ‘버선코’, ‘생각이 돌다’를 발간했다. 제물포수필문학상, 충북수필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계간 ‘에세이포레’ 편집장, 한국문인협회, 충북수필문학회 주간 등으로 활동하며 ㈜ 대원 상무이사로 재직 중이다.  수필미학사. 192쪽. 1만원.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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