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끝에 재선에 성공한 이시종(새정치민주연합) 충북지사 당선인이 예기치 않게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

당선의 기쁨을 채 누리기 전에 앞날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맞닥뜨린 것이다.

엎치락뒤치락하는 힘겨운 승부 끝에 새누리당 윤진식 후보를 누른 것까지는 좋았다. 역시 선거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선거의 달인'은 다르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우군과 최측근은 다른 선거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러닝메이트'인 한범덕 통합 청주시장 후보가 낙선한 것이 무엇보다 뼈아팠다.

현역 청주시장인 한 후보는 이 당선인에게 있어 정치적 동반자였다.

둘은 도백과 수부도시 리더로서 전국 첫 초.중학생 무상급식, 청주·청원 행정구역 통합 등 업무에서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한 후보의 낙선으로 통합의 주역들이 통합시 발전의 초석을 놓자는 둘의 결의는 빛을 보지 못하게 됐다.

문제는 이 당선인이 한 후보를 누르고 초대 통합시장직을 맡게 된 새누리당 이승훈 당선인과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이승훈 통합시장 당선인은 이 지사 당선인에 대해 썩 좋지 않은 감정이 있다.

민선4기 충북도 정무부지사 시절 야심 차게 추진했던 오송메디컬그린시티 조성 프로젝트에 제동을 건 것이 민선5기 충북도 수장인 이 지사 당선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충북도와 청주시가 국비 확보 등 공조를 이뤄야 할 사안에서 '불협화음'을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시종 가신그룹' 멤버인 박문희 도의원과 김동환 도의원도 재선에 실패했다. 김 의원은 공교롭게도 충주 제1선거구에서 새누리당 윤 지사 후보의 보좌관 출신인 김학철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도의회 권력을 새누리당이 움켜진 것도 이시종 당선인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례대표를 제외한 28석 가운데 새누리당이 19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됐고, 새정치연합은 9석으로 제2당으로 밀렸다.

민주당이 22석을 휩쓸고,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4석씩을 얻는데 그쳤던 2010년 선거 때와 비교하면 정반대의 결과다.

이시종 당선인은 같은 당 도의원들의 지원 사격 속에 지난 4년간 별다른 어려움없이 도정을 수행했던 부분도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의회 권력을 장악함에 따라 앞으로는 진땀을 뺄 일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옛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시종 저격수'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김양희(새누리당) 도의원이 의회에 재입성한 것도 희소식일 리 없다.

이 당선자가 '고립무원'의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 가장 적절한 표현일 수 있다.

다만 '친 이시종계'로 분류되는 이광희, 장선배, 김영주, 임헌경 후보 등 청주권 새정치연합 도의원들이 재선에 성공하고, 청주시의장을 지낸 같은 당 연철흠 의원이 도의원에 당선된 것은 위안거리다.

이 당선인이 정치 베테랑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난관을 뚫고 '홀로서기'에 성공할지, 사사사건 새누리당과 충돌, 가시밭길을 걷게 될지 주목된다.<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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