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지사 선거에서 패한 새누리당 윤진식 전 의원이 당의 추대에도 불구, 차기 충북도당위원장을 고사하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록 이번 충북지사 선거에서 패했지만 정통 관료로서 산업자원부 장관과 대통령 정책실장 등을 지낸 윤 전 의원 같은 인적 자원이 충북에 많지 않다는 점에서 자신은 물론, 여당에서도 여전히 역할을 할 수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이승훈 통합 청주시장 당선인의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청원 당협위원장을 맡아 2년 뒤 20대 총선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가 충북도당위원장으로 거론된 배경에는 윤 전 의원이나 당 모두 이런 길까지 염두에 뒀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충북지역 국회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의 추대에도 그는 도당위원장 자리를 정중히 거절했다.

당 조직을 추슬러 7.30 충주 보궐선거를 진두지휘하고, 2년 후 총선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낙선인' 신분으로 도당위원장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그의 고사 이유다.

당장 정치적 재개에 나서지 않더라도 그가 어느 정도의 휴지기를 거친 뒤 정치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윤 전 위원 주변에서는 그의 경륜을 고려할 때 입각이나 공기업 등을 맡는 그림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뒤 2년 후 총선이나 4년 뒤 충북지사 선거에 재도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가 2008년 총선에서 낙선한 후 민간 금융기관 회장으로 재직하다가 청와대 경제수석·정책실장으로 중용되면서 재기했던 전례도 있다.

윤 전 의원의 한 측근은 "도당위원장 직을 고사해 다소 충격이지만 이번 선거가 끝난 뒤 4년 후에 (지사 선거에) 재출마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적이 있다"며 "당분간 몸을 추스르겠지만 정치적 휴지기는 길지 않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이 측근은 "충북보다는 중앙무대에서 정치적 재기의 기반을 마련하라는 권유도 많다"고 덧붙였다.

물론 중앙당 차원에서 중용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당내에 윤 전 의원만한 '경제통'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윤 전 의원이 이번 도당위원장을 고사한 것을 정계 은퇴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도당위원장 자리를 마다한 데는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심적 변화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다. 가족이 그의 정치 재개를 만류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윤 전 의원으로서는 여전히 '피고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것도 선뜻 정치 재개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는 18대 총선 직전인 2008년 3월 충주시 자택에서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으로부터 4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6.4 지방선거 직전인 지난달 27일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기자회견 형식으로 공표하고, 이틀 뒤 선거구민 37만여명에게 문자 메시지로 대량 발송한 혐의로도 고발된 상태다.

사법부의 판단을 남겨 둔 시점에서 그 스스로 '근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당위원장을 고사한 것 역시 자칫 이런 자신의 처지로 인해 충주 보선에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그가 정치에 복귀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