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의 가족친화인증기업은 매우 저조한 현황이다. 전국 522개 중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재)충북테크노파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가기상위성센터, ㈜남양, 비알코리아(주), ㈜우진산전, 제천운수(주) 등 8곳이 전부다. 이는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기업에 대한 충북도의 인센티브가 전무한 점, 그동안 충청권 설명회가 충북에서 개최되지 않았던 점, 도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홍보가 부족했던 점 등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제천운수의 사례는 더 이상 가족친화인증이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보여준다.
지역의 작은 중소기업인 제천운수는 운행 중 급출발, 급가속 등을 금지하고, 경제속도를 유지하도록 한 에코 드라이빙을 통해 경비를 절감해 가족친화자금을 마련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건강을 위한 금연클리닉과 인센티브 제도, 자녀들의 학자금 지원, 회사 소유 휴양 시설 이용, 탄력근무제 등의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자 교통사고율이 45% 감소하고 직원들의 이직률이 낮아지는 등 기업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따랐다. 가족친화인증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근로자와 가족 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 가족친화인증의 취지에 부합하는 결과였다.
기혼 직장인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우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 직장으로 발길을 옮겨야 하고, 갑작스러운 주말 근무에 가족 여행을 취소해야 하고, 임신 소식에 동료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것이 이 시대 많은 직장인들의 모습이다. 제천운수 등 가족친화인증기업들의 성공적인 사례는 직장인에게 새로운 비전과 미래를 제시해 준다. 수유실을 설치하고,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학자금을 지원하는 등 큰 예산을 들여야지만 가족친화경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육아데이’ 운영, 기념일에 축하 선물 전달, 정시퇴근제 실시 등 근로자와 그의 가족 구성원에 대한 작은 배려만으로도 가족친화경영은 가능하다. 일 가정 양립, 가정과 직장의 행복한 공존이 진정 꿈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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