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ALS,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환자가 느끼는 고통의 잠시라도 경험하며 이들의 아픔을 함께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아이스버킷 챌린지' 캠페인이 당초 취지와는 달리 이벤트성 행사로 변질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모금 활동의 일환으로, 미국 비영리기관인 ALS협회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지명된 사람은 24시간 이내에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100달러를 기부한 뒤 3명의 다음 타자를 지목하게 된다.
얼음물을 끼얹었을 때 일시적으로 근육이 수축되는 느낌을 경험하면서 루게릭병의 고통을 잠시나마 공감해보자는 의도다.
루게릭병은 1930년대 뉴욕 양키스의 야구선수 '루 게릭'에서 이름을 따 온 질환으로, 운동신경세포만 소실돼 근력 약화와 근위축(근육이 점차 줄어드는 증세)으로 이어지다 결국 호흡근 마비로 수년 내 사망에 이르는 난치성 희귀질환이다.
전세계적으로 10만명 정도의 환자가 투병 중이며, 매년 10만명당 2~3명에게서 루게릭병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2011년 현재 2500여명의 환자가 루게릭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은 충분히 인정한다.
또 한국에서도 6000여명 정도가 참여하며 3억원 정도의 기부금을 모금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점 높이 평가할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일부 참여자들이 아이스버킷을 한낱 놀이로 여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점이다.
얼음물을 뒤집어쓰며 신나는 표정을 짓거나 동료들과 장난치듯 하는 것은 아이스버킷의 취지를 훼손하는 일이다.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순간의 일시적인 고통을 통해 루게릭병 환자들이 얼마나 큰 고통 속에서 힘들게 투병하고 있는 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라는 의미를, 그저 시원한 얼음물 샤워 정도로 인식하는 것은 루게릭병 환자들의 고통과 처지를 욕되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많은 참여자들이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기부도 하는 진정성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 몰지각한 참여자들의 그릇된 인식과 태도가 아이스버킷에 대한 관심과 취지를 변질시키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물놀이를 하고 싶다면 워터파크로 갈 일이지, 캠페인에 참여하는 의미조차 모르는 진정성없는 태도로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것은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만 낭비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루게릭병 환자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한 다른 사람들의 선행마저도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왜곡되고 폄훼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따라서 주최측이나 참여자들 모두 아이스버킷의 본질적 취지와 참여 목적을 충분히 헤아려 놀이문화로 변질되는 일이 없도록 더욱 신중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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