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용근 교수와 오의균 회장, 하재학 현도면사무소 면장(오른쪽부터 차례대로)이 ‘낙산유고’를 보며 안승갑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아라>

항일운동단체 고려독립청년당원으로 활동했던 낙산 안승갑(1922~1987·사진) 선생의 삶이 책 한 권에 오롯이 담겼다.
(사)현도복지회는 최근 ‘낙산유고’를 발간했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한 안승갑 선생이 남긴 자료를 아들인 안용근 충청대 교수(식품영양학부)가 30여년에 걸쳐 정리해 펴낸 책이다.
안 교수는 “아버지는 일제 치하에서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하고 해방 이후에는 사람들에게 애국과 충성을 일깨우기 위해 글을 쓰셨다”며 “아버지가 살아 생전 크게 효도를 하지 못했는데 책을 발간하고 나니 이제야 할 일을 한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고 밝혔다.
1066쪽에 달하는 이 책에는 안 선생이 직접 쓴 소설, 시, 시조, 서간문, 전설, 평론 등 문학작품과 선생이 활동하며 남긴 문서와 사진들이 모두 망라돼 수록됐다. 이 중 ‘대의자유국’은 친일파들의 창궐로 인한 자유당 시대의 썩은 사회를 풍자하고 개탄한 소설이다.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시 ‘안중근의사’는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에 의해 작곡돼 노래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안 교수는 “아버지는 한문, 한글, 일본어, 영어, 인도네시아어 등 5개국의 언어로 다양한 문학 작품을 남기셨다. 번역을 하느라 애를 많이 썼다”며 “네덜란드 화가에게 그림을 배워 포로수용소의 상황을 스케치하기도 하셨는데 역사적으로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책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많은 자료가 수록돼 사료로서의 가치가 높다. 일제 강점하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 군속 자료, 연합군에게 일본군 대신 전범으로 몰려 처벌받은 조선인 BC급 전범 자료, 항일 비밀결사조직인 고려독립청년당에 가입해 활동한 자료 등 상당수의 자료가 기존에 밝혀져 있지 않았던 새로운 역사적 사실들이다. 또한 안승갑 선생은 평생 일지를 썼는데, 일제 강점기인 1941년과 1942년, 6.25를 전후한 1948~1953년 사이의 일지는 당시의 시대상황을 조명하는 자료로서 의미가 있다.
‘재자바 고려독립청년당원과 삼의사’는 안승갑 선생이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일본군 군속으로의 경험과 고려독립청년당의 활동, 조선인 민회에서의 활동 등을 글로 남긴 것이다. 독립운동사적으로 매우 가치 있는 자료로 이 분야 연구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 책과 함께 안승갑 선생이 쓴 ‘춘추삼국지’와 ‘이솝이야기로 배우는 고사성어’도 발간됐다.
‘춘추삼국지’의 원제목은 ‘오자서전’으로 안승갑 선생이 친일파들이 득세해 나라를 어지럽히던 1950년대, 오자서의 의협정신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쓰기 시작한 것이다. 미완성으로 남았던 이 책은 안 교수가 많은 자료를 참고로 나머지 부분을 완성해 60여년 만에 펴냈다. ‘이솝이야기로 배우는 고사성어’는 일제 강점하에 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정리했던 이솝이야기다. 이솝이야기 속에서 고사성어를 이끌어 내, 독자에게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오의균 (사)현도복지회장은 “안승갑 선생님은 현도면에서 워낙 훌륭한 일을 많이하시고 덕망 있으셔서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안타깝게도 66세의 나이에 별세하셨는데 돌아가실 때 면민장을 지내고 면민들이 성금을 내 복지회관 앞에 공덕비를 세우기도 했다”며 “성금이 남아 낙산장학회를 설립해 해마다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며 선생의 뜻을 기리고 있다”고 밝혔다.
(사)현도복지회는 오는 17일 오후 2시 청주 현도복지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이날 행사에서는 낙산장학기금 기탁식이 진행되며, 김도형 박사(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책임연구위원)가 ‘안승갑 선생의 독립활동’을 주제로 특강할 예정이다.
<조아라>

▷안승갑 선생은?
1922년 충북 청원군 현도면 죽전리에서 출생했다. 일제 강점기에 야학을 개설해 학생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하다, 1942년 연합군 포로감시원으로 인도네시아 자바 반둥지역에 강제 동원됐다. 그곳에서 항일 결사조직인 고려독립청년당원으로 활동했다. 해방 이후 네덜란드 의사와 한의사인 부친에게 배운 의술로 고향에서 많은 인명을 구제했다. 복지회관을 건립하는 등 사회봉사활동을 하던 중 1987년 66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