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복(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우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를 대략 매출규모나 종업원 수를 기준으로 나눈다. 그런데 일간지 보도에 의하면 1970년대 이후 창립된 국내 기업들 중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한 회사가 하나도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는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중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로 기술력 이다. 그동안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새로운 기술개발을 도외시하고 현실에 안주해 있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 특히 제조업 분야가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기술경쟁력은 단기간에 이룩되지 않기 때문에 기술을 축적 한다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연구노력의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아무리 국내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글로벌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또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아마추어 기업이 전문 벤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떠한 장애물도 극복할 수 있는 확실한 기술력 우위가 반드시 선결돼야 한다.
 둘째, 자본이다. 기업이 한 단계 도약 발전해 간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부대시설, 즉 인프라 확충과 필요한 자금의 확보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관련분야에 훌륭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도 이를 통한 기업력 유지와 장기적 관점에서의 상용화 는 별개의 문제다. 그러므로 충분한 운영 자금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한낱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기업은 자본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공룡이나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새로운 연구 투자를 전제로 충분한 자금 확보가 관건이다.
 셋째, 지식 친화적 조직문화다. 지식 친화적 조직문화란 조직이 획일적으로 움직이는 폐쇄적이 아닌 열린 문화를 이름이다. 대개 기업은 창립 초부터 생사고락을 함께한 원년 동지들이 있는가하면 회사의 규모 증가로 인해 중간에 합류한 직원이 있게 마련이다. 이렇게 회사 규모가 커지게 되면 그에 맞추어 기업문화도 바뀌어야 하는데, 그러나 생각처럼 쉽게 조직문화의 조화는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조직 여기저기서 파열음이 나고 이는 조직간 갈등으로 이어져 많은 비용과 기업력의 낭비 등 문제점을 야기한다. 이른바 조직문화의 충돌현상이다. 따라서 조직을 원만하게 이끌어 발전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조직문화의 확립이 필요하다.
 넷째, 리더의 능력 이다. 과거에는 전문적 교육을 받지 못한 사주들이 많았음에도 별 문제없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을 다수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분명 상황이나 조건이 훨씬 더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하게 성장하는 기업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물론 과거처럼 국가 지원이나 규제 조건이 많이 달라져있어 단순비교 는 의미가 없다. 우리가 늘 겪고 있듯이 경제적 상황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처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확고한 리더십이야 말로 통찰력, 판단력, 추진력 등 개인역량이 중요함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하고자 하는 투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각종 경기를 보면서 헝그리 정신 이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것은 비단 우리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과 더불어 급속한 경제성장은 노사문화의 변화와 함께 배금주의 현상을 불러왔다. 이는 조직원의 열성적 투지의 실종을 가져오는 계기로 작용하여 변화된 조직 문화를 양산시켰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추구하는 가치의 양상이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부존자원이 없는 국가는 기술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수출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기술력 확보만이 우리의 나아갈 길이다. 21C는 미래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기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많은 대기업들이 생겨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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