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미래를 설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그럼에도 김광현(26·SK 와이번스)은 '도전'을 선택했다.

소속 구단인 프로야구 SK가 12일 메이저리그 포스팅시스템의 최고 응찰액인 200만 달러(약 21억 9천만원)를 받아들이면서 김광현의 미국 진출 과정은 첫 번째 관문을 넘었다.

오랜 꿈이던 메이저리그 진출에 한 걸음 다가서긴 했지만 김광현의 앞에 놓인 길은 예상보다 험난할 가능성이 크다.

낙찰액인 200만 달러는 역대 한국 선수가 받아든 응찰액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액수지만 애초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포스팅 금액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한국의 소속 구단에 건네는 이적료 개념이지만 그 안에는 선수를 향한 기대치와 앞으로의 협상 가이드라인까지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인 선수 중 최고액 기록의 보유자인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2012년 겨울 2573만7737달러33센트의 예상을 뛰어넘는 포스팅 금액을 받아냈고, 6년간 3600만 달러의 조건으로 계약했다.

일본 선수들의 굵직한 포스팅 사례를 봐도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가 같은 해 초 포스팅에서 5170만 달러를 받아낸 뒤 6년간 6000만달러의 조건으로 계약했다.

2006년 겨울 보스턴 레드삭스로 건너간 마쓰자카 다이스케도 입찰금 51110만 달러에 소속 구단의 승인을 얻어냈고, 6년간 5200만 달러를 받기로 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적은 입찰액을 기록한 선수 가운데에는 아오키 노리치카(캔자스시티 로열스)가 포스팅에서 250만달러를 받았고, 3년간 25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각 구단이 포스팅에 베팅한 금액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선수와 계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큰돈을 받으며 입단한 선수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선발 등판 등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등 편하게 현지에 적응할 수 있다.

이런 전례를 따져 본다면 협상을 잘 마무리하더라도 김광현은 기대한 것보다 낮은 연봉과 불펜 보직 등 좋지 못한 대우를 받으며 미국으로 떠날 가능성이 크다.

소속 구단인 SK와 김광현이 곧바로 포스팅 수용 여부를 결심하지 못하고 하루 넘게 고심한 배경에도 이런 이유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김광현은 조건보다는 도전을 선택했다.

SK 관계자는 "선수와 여러 길을 두고 논의를 많이 했지만 결론적으로 김광현은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고, 구단은 이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직 한 달간의 연봉 협상 과정이 남아 있는 만큼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김광현이 조건이 나쁘더라도 큰 무대에서 공을 던지고 싶다는 꿈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도전에 무게를 둔 만큼 김광현이 해야 할 일은 실력으로 의문을 지우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것이 될 것이다.

올해 메이저리그 개막전 로스터의 평균 연봉(395만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5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지만 당당히 주전을 꿰차고 팀을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이끈 아오키의 사례가 김광현의 '모델'이 될 수 있다.

김광현의 협상 상대가 될 가능성이 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좌완 투수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기회는 열려 있다.

장밋빛 미래는 아니지만 그렇기에 더 아름다운 도전을 향해 김광현이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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