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시설 유지보수는 삭감 의원들 신규사업은 살려

의원 입맛대로 무원칙 심의

(천안=동양일보 최재기 기자) 천안시의회가 원칙 없는 예산심의를 자행해 비난을 사고 있다. 기존 시설 유지보수비용은 전액 삭감하고, 같은 시설의 의원들 신규 사업 예산은 그대로 살리는가하면 도비 매칭사업과 계속사업 예산을 제멋대로 삭감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천안시의회는 지난 19일 본회의를 열어 시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1조2800억원 중 147억원(1.1%)을 삭감 의결했다. 이는 지난해 삭감된 26억원 대비 5.6배나 많은 수치다.

상임위원회별로는 △의회운영위원회가 5건 6464만4000원 △총무환경위원회 15건 21억6400만원 △복지문화위원회 28건 75억9935만원 △건설도시위원회 21건 48억8543만원 등이다.

건설도시위원회는 이 중ㅍ 도비 매칭 사업인 ‘빗물재이용시설 설치사업 빗물저금통설치’와 계속 사업인 ‘안서신배수지 증설공사’ 예산 2800만원과 30억원을 각각 삭감시켰다.

매칭사업과 계속비사업은 사업 타당성과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아니면 예산 심의에서 삭감하지 않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또 ‘횡단보도안전대기장치 유지보수’ 6000만원은 전액 삭감하면서, 초선인 김은나(비례대표), 이종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몫으로 책정된 의원재량사업비인 ‘횡단보도 안전대기장치’ 2억원은 슬그머니 통과시켰다. 의회는 동일한 사업추진에서 기존에 설치된 87곳의 시설 유지관리비는 무시하고 의원들의 지역구 신규 사업을 우선시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

천안시 행복 콜택시 콜센터 운영비도 시의회에 사전 보고나 승인 없이 장비를 교체했다는 이유로 내년도 장비 구축비 3억9000만원을 삭감했다.

지난 2013년 행정사무감사와 2014년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대다수 시의원이 FAST콜의 개인·법인 이원화 운영에 대한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사실상 통합을 촉구한 것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주일원 건설도시위원장은 “빗물재이용시설 설치사업은 예산서에 도비 항목이 없어 삭감했고, 횡단보도 안전대기장치 유지보수는 소모품적인 성격이 아니라 삭감했다”고 설명했다.

안서신배수지 증설공사 삭감과 관련해서는 “성성 1·2·4지구에서 원인자 부담금을 내야 할 50여억원이 미납된 상태에서 예산을 통과 시 특혜소지가 있고, 안건에 대한 논의도 충분히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천안시 관계자는 “빗물 예산은 예산서에 도비가 명시돼 있고, 횡단보도안전장치는 유지보수가 안될 경우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횡단보도의 안전대기장치는 대개 어린이 보호차원에서 어린이보호구역에 설치하는 안전시설로, 시내 웬만 곳은 거의 다 설치돼 있어 신규 설치가 사실상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