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구제역 발생농장 등지에 ‘삼진아웃제’ 플래카드
백신 접종 소홀로 농가 피해…주민 “집단행동 나설 것”
대기업 농장 항체형성률 38%…충북 평균의 절반 불과

(진천=동양일보 한종수·이도근 기자) 충북지역 구제역 첫 발생지인 진천 주민들이 구제역 발생 근원지로 지목된 대기업 계열농장의 퇴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충북도와 진천군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A영농법인 농장이 있는 진천읍 장관리와 읍내 도로 등 4곳에 ‘진천주민 일동’ 명의로 이 농장에 ‘삼진아웃제’를 적용하자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걸려진 플래카드에는 ‘돼지 구제역 삼진아웃제 주민들은 적극 지지한다’, ‘계절 없는 ○○축산 똥 냄새 지역주민 못 살겠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진천 주민들이 이렇게 들고 나선 것은 이번 구제역 진원지가 축산대기업 계열농장이기 때문이다. 구제역 첫 발생지인 A법인 농장은 축산대기업 B사의 계열농장으로 어미돼지 2400여마리와 새끼돼지 1만3300여마리 등 1만5000여마리를 키우는 대형 규모의 농장이다. 이 농장은 진천과 경기도 등 전국 20여 농장에 새끼돼지를 보내 위탁 사육하고 있다.

대기업 사육농장에서 처음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주민은 물론, 방역당국도 믿지 않았다. 이 농장이 위해요소중점관리(HACCP) 인증까지 받은 ‘안전 농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농장의 돼지 살처분이 보름간 계속돼 18일까지 이 농장의 돼지 3분의 2가 넘는 1만115마리에 달하자 얘기가 달라졌다. ‘구제역 백신 예방접종을 착실히 했다’고 한 이 농장에 대한 신뢰도 금이 갔다.

더욱이 구제역이 발생한 지 하루 만인 지난 4일 이 농장에 인접한 계열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으며, 지난 8일과 18일 구제역이 발생한 곳도 이 농장에서 새끼돼지를 분양받아 기르는 위탁농가로 밝혀졌다.

이들 농장은 2011년과 2003년에도 구제역이 발생한 곳이라 주민들은 대기업 계열농장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실제 이들 농장의 일부 모돈의 경우 구제역 백신 항체 형성률이 40%를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북의 모돈 평균 항체 형성률 89%에 비해 턱 없이 낮은 수치다. 첫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의 항체 형성률은 38%였고, 두 번째 계열농장은 최저 16%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이들 대기업 계열농장이 백신접종에 소홀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축산관련 대기업들이 되레 방역에 소홀하고, 구제역 근원지로 지목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배신감과 분노는 급기야 퇴출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진천지역 이장연합회 관계자는 “구제역이 발생한 직후 방역당국이 이 농장들에 대한 혈청검사를 진행했다”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집단행동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19일 충북도의회도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계열화 농장의 방역·살처분 비용을 대기업 계열사에 물려야 한다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이시종 충북지사와 유영훈 진천군수는 상습적으로 구제역을 발생시키는 축산업자를 퇴출시키기 위한 ‘삼진아웃제’ 도입을 최근 진천을 방문한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공개 제안했다. 이양섭 충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장도 22일 대기업 계열화 농장에 구제역 발생을 책임지게 하고, 가축 출하 전 항제 사전점검 제도 마련, 축산 대기업 퇴출 등을 주장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