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병 삼육대 재단

 

(동양일보)새 달력 2015년을 건지도 벌써 한 달이 가까이 오고 있다. 새해 시작과 함께 새 마음과 새 결심을 다짐했지만 만족하게 새 날 답게 살지 못하는 고심이 모두에게 있다.

2014년과 2015년은 엄밀하게는 아무런 새로운 것이 없다. 영원이라는 시간 속에 한 해, 한 해도 점으로 밖에 설명될 수 밖에 없다.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변하기를 싫어한다. 변하기를 두려워하는 마음도 있다. 현실에 안주하여 그렇게 살고 싶어한다. 물리학에서도 관성의 법칙이 있지 않은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면의 마음이 자신은 그대로 있고 타인이 변해 주었으면 하면 마음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나는 변하지 않으면서 타인에게 변화를 강요한다. 이를 넘어 내 생각대로 타인이 변화되지 않을 때 그들에게 나와 일치되지 않음에 반대편으로 간주하고 심하게는 그를 미워하고 분당을 짓기도 한다. 우리는 가장 가깝다는 남편도 아내도 자식도 본인의 생각처럼 그들의 마음의 변화를 얻어 낼 수 없다.

하물며 자신과 동 떨어져 있는 타인을 바꾸려는 어리석음에 사로 잡혀 때로는 내 마음이 불편하고 원만하고 분노하기도 자주 한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지하묘지에 있는 1100년도 어느 성공회 주교의 묘비명’은 변화를 갈망하게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가 젊고 자유로워서 상상력에 한계가 없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다. 좀 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게 되었을 때,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시야를 약간 좁혀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마지막 시도로 나와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자리에 누운 나는 문득 깨닫는다. 만일 내가 나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그런 나를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를 좀 더 좋게 바꿀 수 있었을 것을. 그리고 누가 알겠는가? 세상도 변화되었을지!”

내가 바뀌면 세상도 바꿀 수 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어떤 요인이 나를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한해, 새 달, 새날이 우리를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진정한 새 날의 의미를 알게 된다.

평생을 구도자처럼 살면서 영감의 글을 쓰신 구상 시인의 ‘새해’가 우리의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5년은 새 달력을 걸어서 새 날이라 말하지 말고 내 마음이 새로워져서 새 날이라 하는 365일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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